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인터뷰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아닙니다. 그런 표현 이제 쓰지 않아요. 당당하게 ‘영토 주권 행사’라고, 명확히 말해야 합니다.”
최근 서울 미근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형(67)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독도 문제에 대해 물러설 생각은 아예 없으며, 오히려 더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이사장을 만난 건 예전에 볼 수 없던 재단의 강경한 태도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일본은 도쿄의 ‘영토ㆍ주권 전시관’을 크게 키워 새롭게 문을 열었다. 독도, 쿠릴 4개 섬(이른바 ‘북방 영토’),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각각의 전시관을 배정해 한국ㆍ러시아ㆍ중국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이라 주장했다.
재단은 일본 측을 성토하는 성명을 즉각 내놓으면서 “전시관을 폐관하라”고 일갈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한다는 게 재단의 정체성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학술적 대응’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상대국에 대한 재단의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비판 성명은 드물었다.
김 이사장은 이상할 것 하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는 아무래도 정치적인 이유로 재단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며 “독도에 대한 최근 몇 년간 일본의 도발 수위가 높아져온 만큼 이번에는 재단 차원에서 명확한 주장을 내놓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를 상대하는 게 외교부의 일이라면 우리 재단에게는 우리 국민들한테 문제의 심각성과 단호한 의지를 알릴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빌미를 주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소극 대응하다가는 더 큰 빌미를 줄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사람이 가서 살고 경찰 등 행정력을 투입하고 관광객을 보내는 것도 우리”라며 다시 한 번 ‘실효 지배’가 아닌 ‘주권 행사’라고 못박았다.
물론 연구 사업도 병행한다. 김 이사장은 “재단 산하 독도연구소가 지금껏 1910년 한일합방 이전 자료를 정리해 왔다면, 이제는 1945년 이후 독도 관련 자료를 총정리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여기에 더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4일에는 독도 정책 세미나를 열어 2013년 일본 정부 내에 영토ㆍ주권대책기획조정실이 설치된 뒤 일본이 내놓은 각종 주장 등을 살펴본다. 또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광화문역 내 ‘광화랑’의 3년간 무상 사용 허가도 얻었다. 여기다 ‘상설 독도 전시장’을 만들어 20일 개관한다.
사실 영토ㆍ주권 전시관은 일본이 제 발등을 찍는 격이다.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의 경우 일본이 실효 지배를 내세워 왔는데, 전시관에 포함시키며 일본 스스로 센카쿠 열도가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 인정한 셈이다. 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갔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 흔히 식민지근대화론자라 불리는 이들이 지난해 펴내 화제가 됐던 ‘반일 종족주의’ 열풍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김 이사장은 “제국주의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해 나빴다고만 막연하게 알고 있으니까 ‘식민지 시절 국민 소득이 몇 배 올랐다더라’ 식의 허술한 반증 자료 하나만 나와도 식민 시기에 대한 인식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식민 시기 현실을 정확히 드러내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건 좀 거창한 사업이다. 올해부터 3년간 120억원을 투입, 일제 식민 시기 연구 총서 및 자료집, 교양 총서 등을 내놓는다. 연구 총서만 50권, 자료집은 100권, 교양 총서는 70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간 조율과 합의가 끝났다. 이 방대한 작업이 3년 내 완수될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은 가슴을 쫙 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하지만 이런 작업을 뒷받침해주는 정부가 있을 때 박차를 가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김 이사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중도에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도록 큰 틀을 잡아두고 나갈 것”이라며 웃었다.
일제 시대 연구에 대해서는 국제 공조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일제 때문에 수십만이 굶어 죽는 참사를 겪었던 베트남이 ‘일제 침탈사 공동 연구’의 첫 파트너다. 걸림돌은 있다. “연구원 선발 공고를 냈는데 응모자가 없는 거예요. 전공 수요가 없으니 박사 학위 소지자를 찾기 힘든 거죠. 그래서 자격을 낮춰 다시 공모하고 있습니다. 필요하지만 수요가 없는 분야라면 국가가 나서야지요. 그런 연구를 하면 취업을 보장하겠다는 신호를 학계에 보내야 합니다.”
사실 일본 문제는 늘 한숨 거리다. 친하게 지내려니 옛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늘 삐걱댄다. 그렇다고 이웃인데 마냥 싸우고 있을 수만도 없다. 올해 도쿄 올림픽이 한일 화해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은 여기서도 욱일기 문제를 짚었다. “욱일기 때문에 올림픽이 갈등 증폭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일본이 자세를 바꿔야 해요. 오래 전부터 쓰던 문양이라는 식으로 변명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일은 물론, 북일 관계 개선과 동북아시아 평화의 출발점은 일본의 욱일기 관련 자세 전향입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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