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사스’때 보다 대중 수출 4배ㆍ관광객 유입 12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 경제를 덮칠 경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때보다 중국 의존도가 훨씬 높아진 한국 경제는 최대 피해자가 될 공산이 높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16.3%)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사스가 발병했던 2003년(4.3%)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국경제 비중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2015년(15.0%)보다도 1.3%포인트 더 높아졌다. 중국 경기의 부침에 세계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사스 이후 16년간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아진 국가 중 하나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약 1,362억달러)은 351억달러에 불과했던 2003년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 중 대중 수출 비중은 18.1%에서 25.1%로 높아졌다.
관광객 의존도 역시 절대적이다. 2003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약 51만명)은 전체 방한 관광객의 10.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배로 급증한 중국 관광객(약 604만명)은 전체의 34.5%나 차지했다. 부분적 입국 금지만 취해져도 국내 관광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중국 경제가 과거보다 질병에 더 취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2003년 정부의 이동금지 등 조치에 가장 영향을 받는 소매, 음식점업, 관광업 등은 중국 GDP의 42%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4%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질병 사태에 더 취약한 서비스업 비중을 늘어난 만큼 중국 경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보다 더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는 이날 “우한 지역 봉쇄 및 이동 제한 등 조치는 중국 GDP의 16% 가량을 차지하는 소매ㆍ운송ㆍ호텔업 등에 급격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사스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중국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정책이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교역도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 둔화를 상쇄할 여력이 2003년보다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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