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25)가 첫 슈퍼볼 무대를 자신의 쇼타임으로 만들었다. 마홈스의 마법 같은 활약으로 캔자스시티는 반세기 만에 슈퍼볼 반지를 손에 넣게 됐다.
캔자스시티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의 제54회 슈퍼볼 경기에서 4쿼터 대역전극을 펼치며 31-20 승리를 거뒀다. 50년 만에 다시 이룬 슈퍼볼 우승이자, 구단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이날의 영웅은 나락에 빠진 팀을 구해낸 마홈스였다. 경기 초반 앞서가던 캔자스시티는, 얼마 가지 않아 샌프란시스코에 따라 잡혔다. NFL의 ‘방패’라는 수식어답게 샌프란시스코는 강력한 수비를 선보이며 캔사스시티를 압박했다. 마홈스는 1쿼터 직접 러싱 터치다운을 한 차례 기록하긴 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고, 오히려 3,4쿼터에 두 차례 인터셉션을 허용하기까지 했다.
캔자스시티는 4쿼터 중반까지 10-20으로 뒤지며 승기를 내어주는 듯했다. 이때 마홈스의 마법이 시작됐다. 44야드와 38야드짜리, 두 차례의 결정적인 장거리 패스로 분위기를 단숨에 캔사스시티쪽으로 돌려놨다.
마홈스의 패싱 게임이 살아나며 캔사스시티는 3연속 터치다운에 성공하며 드라마와 같은 역전승을 이뤄냈다. 마홈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세 차례 10점 차 뒤진 경기를 역전시켜 NFL 역사상 최초 기록을 남겼다.
이 경기에서 마홈스는 패스 시도 41번 중 26번을 정확하게 연결해 286 패싱 야드로 활약했다. 그는 슈퍼볼 MVP로 선정되며, 시즌 MVP와 슈퍼볼 MVP를 모두 차지한 ‘최연소’ 쿼터백 타이틀을 차지하게 됐다. 마홈스는 경기 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멋진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캔자스시티여, 우리가 해냈다”고 환호했다.
마홈스의 강한 어깨와 천재적인 운동 능력은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인 아버지 팻 마홈스(50)에게서 물려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와 농구, 풋볼을 병행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장래가 촉망된 종목은 야구였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마운드에 올라 삼진 16개를 잡아내며 노히터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풋볼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대학 진학 이후였다. 2017년 NFL 드래프트 1라운드 10번째로 캔사스시티에 선택된 그는 금세 팀의 주축으로 활약을 펼쳤다. 첫 풀타임 시즌을 펼친 지난 시즌 5,000 패싱 야드와 터치다운 패스 50개를 달성하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리그 MVP의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의 카일 섀너핸 감독은 NFL 역사상 첫 부자 감독이란 타이틀을 얻으며 주목 받았으나 쓰라린 패배를 안고 말았다. 섀너핸 감독의 아버지는 두 차례(32, 33회) 슈퍼볼 우승을 이끈 명장 마이크 섀너핸(68) 감독이다. 카일 섀너핸 감독은 지난 2017년 애틀랜타 팰컨스의 공격 코디네이터로서 역전패 당한 이후 두 번째 슈퍼볼 역전패를 기록하게 됐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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