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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운전대 손 떼고 질주” 자율주행 안전장치 끄는 테슬라 차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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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운전대 손 떼고 질주” 자율주행 안전장치 끄는 테슬라 차주들

입력
2020.02.04 04:30
수정
2020.02.04 06:4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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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들서 손 떼면 경고’ 시스템 무력화 제품 불법 판매 

 美서 추돌사고 등 속출 “도로 위 시한폭탄 달린다”우려 

테슬라 자율주행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운전대를 잡지 않도록 만드는 이른바 ‘오토파일럿 헬퍼’ 제품을 착용한 사용자가 유튜브에서 인증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테슬라 자율주행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운전대를 잡지 않도록 만드는 이른바 ‘오토파일럿 헬퍼’ 제품을 착용한 사용자가 유튜브에서 인증 동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김모(32)씨는 최근 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 속 인물이 오직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인 ‘오토파일럿’ 기능만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차를 모는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토파일럿 헬퍼’라는 제품을 차에 달면 1분 간격으로 울리는 ‘경고 메시지’를 무력화해 온전히 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씨는 “일부 운전자가 이런 변칙 방법으로 운전대도 잡지 않고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하니 무섭다”고 말했다.

미국 등에서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이 장착된 테슬라 차가 잇따라 사고를 내 안전성 논란이 적잖은 가운데 오토파일럿의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제품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판매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을 위한 보조장치라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면 1분 간격으로 “운전대를 잡으라”는 경고음을 울린 뒤 이후엔 오토파일럿 기능을 강제로 종료하게끔 설계돼 있다. 하지만 오토파일럿 헬퍼를 달면 이런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헬퍼(도우미)’란 이름이 붙긴 했지만 운전자들 사이에서 ‘치터(속임수)’로 불리는 이유다.

이 제품은 현재 인터넷에서 1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수 차례 단체 구매를 진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 원리를 이용해 아예 생수병이나 중량 벨트와 같은 생활용품으로 자체 ‘헬퍼’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글도 적잖게 보인다.

2017년 6월 한국시장에 진출한 테슬라는 첫해 판매량이 303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430대를 기록할 정도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인근 고속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 안에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잠이 든 모습을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제보했다. NBC뉴스 캡처
지난해 9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인근 고속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 안에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잠이 든 모습을 한 시민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제보했다. NBC뉴스 캡처

문제는 해외에서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두고 안전성 우려가 적잖게 제기될 만큼 이 기술이 아직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미국 등에서는 자율주행을 하던 테슬라 차가 여러 차례 추돌사고를 내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헬퍼는 이 불완전한 기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거라 안전성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오토파일럿 헬퍼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테슬라 운전자들이 숙면에 빠진 상태에서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다 고속도로 순찰대에 붙잡힌 사건들도 속출하고 있다. 미 의회에선 자율주행 중 잠들지 못하도록 하는 백업 드라이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핸들을 잡지 않도록 만드는 이른바 ‘오토파일럿 헬퍼’ 제품이 온라인 상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 내 주문’ 배너를 클릭하면 국내 주소로 해당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다. 오토파일럿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 자율주행 경고 시스템을 무력화시켜 핸들을 잡지 않도록 만드는 이른바 ‘오토파일럿 헬퍼’ 제품이 온라인 상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 내 주문’ 배너를 클릭하면 국내 주소로 해당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다. 오토파일럿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오토파일럿 헬퍼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 ‘도로 위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오토파일럿 같은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은 운전 피로감을 낮추는 게 목적이라 절대로 운전자의 안전의무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운전 중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건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한 안전운전의무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변칙 장치를 이용해 자율주행을 하는 차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헬퍼 사용이 매우 위험하긴 하지만 헬퍼가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될 경우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으로는 판매ㆍ부착에 대한 단속은 어렵고 추가 입법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테슬라 측은 “헬퍼를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고 절대 권장하지 않는다”며 “오토파일럿은 보조기능에 불과할 뿐 운전자들에게 항상 전방주시 의무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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