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구온난화 막지 못하면 더 심각해질 것”
아프리카 동부지역에 메뚜기 떼가 급증하면서 급기야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는 나라가 생겨났다. 이상기후로 인해 급증한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대거 먹어 치우면서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장은 메뚜기 떼를 성공적으로 퇴치하더라도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없이는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말리아 농업부는 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집트 땅메뚜기의 급증으로 그렇잖아도 취약한 식량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며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계기로 기금 조성 등을 통해 4월 수확기 전까지 메뚜기 떼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소말리아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전체 인구의 15%인 220만명 가량이 심각한 식량부족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메뚜기 떼가 창궐해 일반 농작물은 물론 가축 사료까지 먹어 치움에 따라 사실상 재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번 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메뚜기 떼 출현을 “25년만에 최악의 상황”이라며 “앞으로 1년 안에 메뚜기 떼를 퇴치하지 못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역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1㎢ 규모의 메뚜기 떼가 지나가면서 먹어 치우는 농작물은 3만5,000명의 하루치 식량에 맞먹는다. 게다가 메뚜기 떼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 최대 150㎞를 이동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메뚜기 떼 출현의 원인이 결국은 ‘기후변화’라고 지적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가을 동아프리카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이지만, 메뚜기의 산란ㆍ서식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 ‘물폭탄’은 인도양 동서 간 해수면의 큰 온도차이에서 기인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일부 지역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 이 같은 양상은 더 자주 일어날 수 있다. 최근 호주의 대형산불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사례인 셈이다.
젬마 코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동남아프리카지역 사무소장은 “거대한 홍수 아니면 심각한 가뭄이 오는 이상기후 현상이 아프리카 지역의 새로운 표준이 됐다”면서 “기후위기에 일조한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이런 아프리카의 고통에 관심이 없다”고 성토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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