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트로트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트로트 특유의 ‘뽕삘’(뽕짝과 필링의 합성어)을 살려 중장년층의 호응을 얻으면서도, 힙합이나 아이돌 가수에 버금가는 다양한 출연진을 내세워 젊은 세대의 입맛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TV조선의 예능 ‘내일은 미스터트롯’ 시청률은 25.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쓰앵님’ 바람을 불러왔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종편 최고 시청률(23.8%) 기록을 뛰어 넘은 것이다. 편성시간이 주말도 아닌 목요일 오후 10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률 30%’의 고지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스터트롯의 흥행은 전작에 해당하는 ‘미스트롯’이 ‘대박’을 친 덕택이다. 지난해 2~5월 방송된 미스트롯은 송가인과 홍자 등 여성 트로트 스타를 배출하며 트로트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때문에 가수 2명이 1대 1로 대결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을 유지하되 출연진만 남성으로 바꾼 미스터트롯은 일찌감치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스트롯의 성공을 지켜본 가수 지망생들은 미스터트롯이 스타 데뷔의 등용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실력 있는 출연진이 모이니까 콘텐츠 질이 올라가고 다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10인 10색의 출연진이 젊은이들 눈길까지 사로잡았다. 임영웅, 영탁 같은 정통 트로트 가수가 있는가 하면, 열세 살 ‘트로트 신동’ 정동원군에다 개그맨 출신 영기, 성악가 김호중 등 다양한 얼굴들이 무대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트로트 가요를 힙합 에어로빅 태권도 등에 접목, 예전에 찾아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무대를 연출해내고 있어 호기심까지 자극했다.
종편이란 매체 특성도 시청률 고공행진에 한몫했다. 보수 성향 종편을 시청하는 연령층은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인데, 이들은 트로트 장르의 주 소비층이기도 하다. 정덕현 평론가는 “탄탄한 고정 시청층이 있으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젊은 층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만 가미하면 됐다”며 “트로트 무대에 쇼의 요소를 가미한 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로트 예능의 선전은 궁극적으로 트로트 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예능인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유산슬)로 데뷔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트로트가 자리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가수협회 관계자는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승패와 관련한 문의 전화가 가수협회에 걸려올 정도로 트로트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실감하고 있다”며 “주목 받는 소수의 스타 외에도 재능 있는 가수를 꾸준히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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