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원회(KBO)와 지상파 방송사 컨소시엄 간의 ‘메머드급’ 중계방송권 계약이 이뤄졌다.
KBO는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KBS MBC SBS 지상파 3사와 올해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2,160억원, 연평균 54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2015년(연간 360억원)보다 크게 뛴 금액으로 국내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2월 통신ㆍ포털 컨소시엄과 맺은 5년간 1,100억원의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을 합치면 KBO는 중계권으로만 연평균 760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얻게 됐다. 중계권료는 10개 구단에 배분된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3억원이 채 되지 않았던 중계권료는 2000년대 들어 연간 5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그리고 뉴미디어 중계권을 쪼개 팔기 시작하면서 2010년 200억원, 2015년 400억원 이상으로 폭등했다. 4년 만에 다시 700억원을 넘는 ‘공룡알’이 된 KBO리그의 중계권 시장은 타 종목과 비교해도 독보적이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축구 대표팀 경기와 K리그 통합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접수를 했지만, 최소 제안금액(연간 250억원) 이상을 써낸 곳이 없었다. 프로농구의 경우 지상파가 등 돌린 탓에 중계권 판매대행사인 에이클라가 직접 계약을 맺고 자회사 스포티비를 통해 중계하고 있다.
그만큼 프로야구 중계는 방송사들에게 ‘보험’과 같은 콘텐츠다. 최근 관중 감소로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고 하나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는 스포츠로 야구만한 종목이 없다는 판단이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5경기씩 열리는 프로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하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프로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처럼 방송사도 엄청난 중계권료를 지불하고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이번에 방송사들의 더티피드(영상저작권) 사용료가 인상된 것으로 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계권료가 크게 인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KBO와 방송사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합리적인 합의를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지상파 3사는 이번 계약으로 향후 4년간 KBO리그 경기를 직접 방송할 수 있는 권리와 케이블, IPTV 유료채널 사업자에게 중계방송권을 재판매할 수 있는 권리, 동영상 취재권 및 보도권을 보유하게 됐다. 아울러 비디오판독 영상을 제공하고 영상 아카이브 시스템을 공유하기로 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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