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ㆍ상의, 재단 유치 ‘정중동’ 모색
“평소 아끼던 고향에 설립, ‘遺志’ 부합”
2011년 유니스트에 기숙사 건립 지시도

지난 19일 타계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 처리를 놓고 가족간 상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는 고향인 울산에 ‘신격호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들에게 재산 대부분을 증여한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고 신 명예회장은 1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개인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통해 상의를 거쳐 적절한 방안을 찾을 것”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어 사회공헌을 위한 ‘신격호재단’ 설립이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고 신 명예회장은 한국 법인인 롯데지주 3.1%, 롯데제과 4.48%, 롯데물산 6.87%를 비롯해 일본 법인에서도 광윤사 0.83%, 롯데홀딩스 0.45%, 롯데그린서비스 9.26%, 그리스피크림도넛재팬 20% 등 상당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동산도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고 신 명예회장은 고향인 울주군 삼동면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면서 남긴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울주군에도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부동산은 울주군이 개발되면서 매입 당시보다 시세가 큰 폭으로 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지역에서는 고 신 명예회장이 생전 고향을 사랑하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는 울산에 신격호재단의 주소지나 근거지를 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제 고인은 1969년 울산공단 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대암댐이 건설되면서 고향인 둔기마을 일부 지역이 수몰돼 주민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지자 이를 안타깝게 여겨 1971년부터 ‘둔기회’를 만들어 5월 첫째 주말에 잔치를 진행하는 각별한 애정을 쏟아왔다.
‘둔기회’ 회원은 첫해에는 70여 가구에 불과하던 것이 자손이 늘면서 1,000여 가구로 늘었으며, 마지막 잔치가 열린 2013년에는 1,6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열기를 띠었다.
고인은 또 2011년 5월 삼동면 롯데별장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측과 만나 지역의 인재요람인 울산과학기술원에 기숙사를 건립해 기증할 것을 지시했으나 뜻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이 문제는 울산과학기술원과 롯데그룹 회장실 대관팀이 2011년 2월부터 실무협의를 진행, 대관팀이 학교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원 필요보고서를 상신해 재가를 얻는 등 구체적인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되기도 해 아쉬움을 낳았다.
울산시와 울산상의 등은 이에 따라 신격호재단의 근거지와 주소지가 고인의 뜻에 가장 부합하려면 울산이 돼야 한다고 보고 유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대외적인 유치 노력이 고인의 명예에 본의 아닌 누를 끼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고 신중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울산상의 관계자는 “신격호재단의 본거지가 지역으로 왔으면 하는 회원들의 열의는 대단하지만 드러내놓고 유치활동을 벌이기는 적절하지 않아 롯데그룹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도 롯데그룹이 고 신 명예회장 사후에도 지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만큼 재단 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단이 유치된다면 경제활성화와 장학ㆍ복지 등 울산에 가장 큰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기에는 적절치 않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1980년대 초부터 서울에 근거를 둔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을 통해 그룹차원의 장학사업과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700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롯데복지재단도 외국인 근로자와 조손가정 아동, 장애우 등 소외계층에 5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고 신 명예회장은 또 울산에서도 롯데삼동복지재단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고 신 명예회장이 2009년 57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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