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고립된 브라질인들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자국 대통령에게 자신들을 구출해달라는 ‘영상 편지’를 띄웠다.
한국과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이 잇따라 전세기를 띄워 우한 자국민들을 철수시키는 상황에서 브라질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호소에 나선 것이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인터넷 매체 ‘포데르360’의 유튜브 계정에는 우한에 체류 중인 브라질인 16명이 등장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이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보내는 메시지임을 밝힌 다음 “브라질 영토가 아닌 곳에서 검역 절차를 거쳐도 좋으니 우한을 빠져나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어 “동영상을 제작하는 순간까지 우한 폐렴에 감염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포데르360은 전했다.
등장인물들은 각국 정부가 우한 내 자국민들을 철수시킨 사실도 언급했다.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3일 우한을 봉쇄하자, 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스페인ㆍ영국ㆍ싱가포르 등이 지난달 29~31일 우한에 임시항공편을 보내 자국민을 송환했다. 인도네시아ㆍ태국ㆍ인도ㆍ필리핀ㆍ말레이시아 등도 자국민 구조를 준비 중이다.
등장인물 중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도 포함돼 있어 브라질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일부 댓글에서는 “브라질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확실한 격리 계획 없이는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우한 교민들을 데려오려면 외교적ㆍ법적인 문제와 함께 예산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국민 철수에 아직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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