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가수 한홍, 일주일간 우한 성금 240억원 모아
20년간 한결 같은 공익활동 신뢰… 입양만 280명
늑장대응, 정보은폐로 지탄 받는 지방정부와 대조적
“지방정부는 못 믿겠다. 하지만 그는 믿는다.”
중국 여성가수 한홍(韓紅ㆍ49)에 대한 중국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무차별 확산되는 상황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정보를 은폐한 정부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 반면, 20년간 한결 같은 자세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해온 그에 대한 믿음은 갈수록 굳건해지고 있다.
한홍이 운영하는 기금회는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1억4,000만위안(약 240억원)을 모았다. 연예인 200명을 비롯해 수많은 네티즌은 “성금 모금과 비용 지출이 모두 투명하다”면서 그를 향해 기꺼이 온정을 보탰다. 신종 코로나가 발병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돈이다. 후베이성 적십자회가 구호물품을 빼돌린다는 의혹을 받으며 지탄의 대상이 된 것과 대조적이다.
한홍은 스스로를 ‘멍청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국민가수다. 중국인들의 뇌리 속에는 그의 노래 못지 않게 공익활동과 자선사업이 더 깊이 각인돼 있다. “노래 부르다 무대 위에서 죽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는 남을 돕다 죽는 것이 소망이다.” 그의 평소 지론이다.
한홍은 1971년 중국 티베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무단의 만담 배우, 어머니는 가수였다. 빼어난 노래 실력 외에 군복무 이력도 갖췄다. 1995년 인민해방군예술학원에 합격하면서 같은 해 가요계와도 연을 맺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에도 올랐다. 빅마마를 연상시키는 넉넉한 체구로 온갖 시상식과 순위 차트를 휩쓸며 국보급 가수로 불리는 가요계의 맏언니다.
이처럼 잘나가던 그가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뜬 것은 1999년 11월 어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중국 구이저우의 한 관광지에서 케이블카가 추락했는데, 부모는 모두 죽고 두 살 배기 아기만 살아남았다. 추락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모는 아기를 감싸면서 위로 치켜들었고, 다행히 아기는 가벼운 상처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한홍은 이 사고를 전해 듣고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실화를 담은 노래 ‘날이 밝았다(天亮了)’발표해 대중의 큰 사랑을 얻었다. 이 아기를 시작으로 무려 280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결혼의 행복보다는 아이들을 돕는 공익 전도사로 변신한 것이다.
2008년 쓰촨성 문촨대지진, 2010년 칭하이성 위수 지진, 2013년 쓰촨성 야안 지진, 2015년 텐진항 폭발사고 등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대재앙의 참사 현장으로 그는 늘 달려갔다. 이런 모습을 두고 “쇼 아니냐”는 비아냥도 많았지만 그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나 같은 멍청이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중국 전역의 마음 아픈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죽을 고비도 수 차례 넘겼다. 차량이 7m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가 하면, 바위 만한 낙석이 떨어져 차량이 깔릴 뻔하기도 했다. 길에서 쓰러져 간신히 숨을 내쉬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 적도 있다. 그래서 “남은 목숨은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현장으로 뛰어다닌다고 한다.
“착한 사람은 한 줄기 빛과 같고, 야박한 이 세상에 한홍은 바로 그 빛이다.” 우한 주민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그에 대한 중국 언론의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심신이 황폐해진 중국인들이지만, 우직하고 변함없는 한홍의 이웃사랑에는 아낌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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