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치에 날 선 반응… 다른 국가에는 공식 논평 자제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제히 대(對)중국 봉쇄에 나서자 중국 정부가 당혹감과 함께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여행 및 교역 제한에 반대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무시한 과잉 조처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하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WHO가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자마자 정반대의 길로 갔다”면서 “이는 분명히 선의의 표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이 전날 중국 여행경보를 최고수준(금지 권고)으로 격상한 데 대해서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부적절한 조처”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그러나 미국에 이어 쏟아져 나온 다른 나라들의 조치에 대해선 공식 논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2일 한국 정부가 후베이성 방문 이력이 있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금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난달 30일 부임한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여행 제한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고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이 간다”면서 “한국은 WHO 건의에 부합하는 과학적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들의 ‘투명하고 과학적인 대응’을 부각하며 “과민 반응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천쉬(陳旭) 제네바 유엔본부 주재 중국대표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신종 코로나 대응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해왔다”면서 “불필요하게 공포에 떨 필요도, 국경 폐쇄와 같은 과도한 조처를 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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