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선박의 안전과 관계된 정보 수집을 이유로 중동에 파견하기로 한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이 2일 중동으로 출발했다. 해상자위대 함정의 장기 해외 파견은 이번이 네 번째다. 범위를 제한했다지만 이번 파병이 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평화헌법 위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 등은 2일 오전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해상자위대 기지에서 호위함 ‘다카나미’가 사령부 요원 등 200여명을 태우고 중동으로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다카나미는 이달 하순 중동해역에 도착한 뒤 방위성 설치법 제4조의 ‘조사ㆍ연구’ 규정에 따라 오만만 외에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해협 동쪽의 아덴만 공해 등 3개 해역에서 일본 선박의 안전을 위한 정보 수집 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해적 대처 임무를 목적으로 파견한 P3C 초계기 2대도 함께 활동한다.
아베 총리는 환송 행사에서 “정보 수집 임무는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고 강조한 뒤 특히 오만만 일대가 일본에서 소비하는 원유의 약 90%가 통과하는 지역임을 거론하며 “일본 국민의 생활을 지탱하는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해역”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병의 정당성을 역설한 것이다.
하지만 평화헌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행 일본 헌법 9조는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 선박이 공격받을 경우 파병부대가 제한된 범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다카나미는 무장 소형선박 등에 대응할 수 있는 기관총걸이를 증설하는 등 무력 충돌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학 국제관계론 교수는 2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중동 정세는 앞으로 악화할 우려가 크고 무력 충돌의 위험도 있다”면서 “자위대가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도 그런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호위함이 파견됐다”고 지적했다. 파병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다카나미가 출항하는 동안 ‘파병 반대’ 등의 현수막을 들고 해상 시위를 벌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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