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단편 소설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혔던 이상문학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6일 김금희 작가 등의 수상 거부로 촉발된 이상문학상 사태 때문이다.
2일 문학 작가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날 기준 김민정 백수린 박서련 함정임 권여선 권창섭 장류진 김이설 오은 황정은 정세랑 기준영 조해진 최은미 구병모 천희란 박상영 차현지 등의 작가가 동참했다. 제대로 된 사과와 대책, 해결방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문학사상의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해시태그다. 평소 SNS 활동을 하지 않던 작가들까지 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2008년 대상 수상자인 권여선 작가는 “기수상자로서 관행이란 말 앞에 모든 절차를 안이하게 수용한 제가 부끄럽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점들 역시 문학사상사의 책을 매대에서 빼내는 사진 등을 올리면서 보이콧에 동참하고 나섰다. 작가들이 특정 출판사를 대상으로 집단 반발한 것은 2013년 ‘현대문학 사태’ 이후 6년만이다.
작가들의 강력 대응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상작에 대한 불공적 계약 자체의 문제가 있고, 게다가 불공정 계약 문제를 직원 탓으로 돌린 문학사상사의 해명이 기름을 끼얹었다. 거기다 지난해 대상수상자인 윤이형 작가가 절필까지 선언했다.
최은영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다 “윤이형 작가님의 입장문을 읽고 한 사람의 동료 작가로서 안타까움과 슬픔, 분노를 피할 길이 없었다”며 “동료 작가로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윤이형 작가님의 문학을 잃고 싶지 않다”며 문학사상 측에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이상문학상은 1977년 당시 문학사상사 주간이었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에 의해 제정됐다. 이후 40여년간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김훈, 한강 등의 작가를 배출해 내며 작가라면 한 번쯤 받아 보고 싶은,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수상거부 사태를 계기로 이 같은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문학사상 측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고 이달 중으로 수상 작가 명단과 작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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