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 일하고 지난달 19일 입국… 접촉자 138명
아내는 확진, 초등생 딸은 무증상… 질본 “12ㆍ14번 부부 활동량 많아”
8번 환자는 군산 목욕탕 식당 활보… 전문가들 “지역사회 전파 우려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2번째 환자가 지난달 서울역 편의점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 한 편의점에 "확진자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임시휴업 결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2번째 환자(48ㆍ1일 확진판정)가 증상이 나타난 후 스스로 병원을 찾기까지 보건당국은 해당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 사이 12번 환자는 2주 가까이 택시ㆍ지하철ㆍ고속열차(KTX)를 타고 곳곳을 활보했으며 면세점, 영화관, 할인마트, 병원들을 거침없이 오갔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접촉자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동선과 이동시간이 너무나 길고 복잡해 사실상 현재의 방역시스템으로 모든 감염 위험자를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초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뒤늦게 확진 된 8번째 환자(62ㆍ여)와 입국한 지 열흘 넘게 지난 뒤에야 양성 판정을 받은 15번째 환자(43)도 12번 환자와 비슷한 위험성을 품고 있다. 이들이 방역의 맹지에서 ‘슈퍼전파자’로 움직였다면 신종 코로나 사태는 당국이 더 이상 컨트롤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중국 국적자인 12번 환자는 경기 부천시 거주자로 일본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가이드한 뒤 지난달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는 일본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12번 환자 접촉자는 138명. 이들 중 그의 아내(40ㆍ14번째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초등학생인 딸은 무증상 상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2번 환자의 입국을 놓쳐 조기 방역대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확진환자 접촉자 명단을 국적 기준으로 통보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보건당국이 12번 환자가 일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중국에만 알리면서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정 본부장은 “확진환자 접촉자가 입국한 국가에도 통보가 필요해 다른 나라들과 개선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국가간 접촉자 관리 공조로 지역사회에선 추가 접촉자ㆍ확진자 발생 경고등이 켜졌다. 12번 환자는 시장을 들렀고, 영화를 두 차례나 봤다. 대중교통을 타고 서울과 인천, 경기 수원ㆍ부천ㆍ군포, 강원 강릉을 돌아다녀 사실상 그와 접촉한 이들이 얼마인지 전수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다.

[저작권 한국일보] 환자 현황 및 동선 김대훈 기자

입국한 다음날인 20일 12번 환자는 서울 남대문 시장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쇼핑을 했고, 그날 오후 7시20분 CGV 부천역점에서 영화 ‘백두산’을 봤다. 21일엔 인천 미추홀구 친구 집을 방문한 후 22일 오전 11시1분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강릉행 KTX를 탔다. 23일 서울행 KTX를 타기 전까지 강릉 소재 숙소인 썬크루즈리조트와 커피숍, 식당을 들렀다. 24일에는 지하철과 택시로 수원ㆍ군포에 있는 친척 집을 방문했다. 26일엔 CGV 부천역점에서 오후 5시30분 시작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봤다. 27일엔 재차 신라면세점을 찾았다. 12번 환자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30일 오전 택시를 타고 부천보건소 선별진료소,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자가격리 결정)을 다녀온 후 이마트 부천점을 찾았다. 그전까지 3차례(23, 25, 28일) 지역 의원을 들렀으나 중국 방문 이력이 없는 데다 신종 코로나로 보이는 발열과 기침 증상 대신, 주로 근육통을 호소해 의료기관에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정은경 본부장은 “12ㆍ14번 환자는 동선이 많은 편”이라며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8번 환자에 대해서도 “1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격리 해제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해 지역사회 바이러스 노출 우려가 증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8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에서 청도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유증상 상태에서 서울 서초구ㆍ전북 군산 소재 음식점과 대중목욕탕을 들렀다. 같은 달 28일 의료기관 진료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대형마트 방문 등 일상생활을 하다가 31일에야 확진판정을 받았다. 15번 환자 역시 지난달 20일 귀국했으나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건 4번 환자 기내 접촉자로 밝혀진 27일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8번 환자 접촉자는 72명, 15번 환자는 조사 중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밀접접촉자와 일상접촉자 기준을 정비하는 등 확진자 수가 급증하지 않도록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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