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출발점 아이오와 유세 현장… 노동자 중남미 출신 지지도 확산
79세에 “당신을 위한 선거” 열정… 민주 ‘바이든 대세론’ 전복 기세
건보·부자증세 등 사회주의 논란… 트럼프와 맞대결 경쟁력엔 우려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샌더스라고 확신합니다.”
미국 대선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는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를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저녁. 아이오와주 시더 래피즈시의 유에스 셀룰러 센터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60대 노(老)교수는 흥분된 표정이었다. 마치 ‘샌더스 시즌 2’의 열풍을 웅변하는 듯했다. 아이오와 커뮤니티 칼리지의 클라우디오 히달고 교수는 소도시의 조그만 유세장에 모여든 3,000여명의 인파를 가리키며 “이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후보가 누구겠느냐”고 반문하며 “4년 전엔 투표권이 없던 젊은이들이 새로 합류했고 노동자 계층과 나 같은 중남미 출신의 지지도는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의 약점으로 지적된 건강과 나이(79세)도 지지자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다. 이날 유세장 연단에 나선 유명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샌더스 의원이 오래 살았다고? 기후변화 문제도 오래 됐고 노동 문제도 오래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는 ‘버니의 길’과 ‘트럼프의 길’ 사이의 싸움이다. 트럼프의 길은 쓰레기로, 버니의 길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는 그의 말에 지지자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실제 샌더스 의원의 최근 상승세는 매섭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진보진영 내 경쟁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확실히 제친 뒤 지난달부터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바이든 대세론’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2주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의 전국 평균치에선 여전히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2%로 샌더스 의원(23.5%)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대선 풍향계’로 꼽히는 아이오와주만 놓고 보면 샌더스 의원이 23.8%로 바이든 전 부통령(20.2%)을 이미 제친 상태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선 전국 단위에서도 샌더스 의원(27%)이 바이든 전 부통령(26%)을 근소하게 앞섰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아이오와는 예전만큼 중대한 지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건 패배 가능성과 이후의 파장 최소화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샌더스 의원의 유세장은 4년 전 열풍을 재연할 정도로 축제 분위기였다. 인디 록밴드로 유명한 ‘뱀파이어 위크엔드’의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유세장에서 참석자 대다수인 20~30대들은 격렬한 환호로 샌더스 의원을 맞았다. 무대에 오른 샌더스 의원은 “노동 계층이여 일어나라. 내가 아닌 당신을 위한 선거”라며 전 국민 건강보험, 최저임금 인상, 부자 증세, 공립대 무상 등록금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그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40대인 코트니씨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솔직히 샌더스 의원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우려스러운 면도 있다. 정책적으로 보면 바이든 후보가 더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 측도 “샌더스 의원의 급진성이 중도층에 대한 확장력을 떨어뜨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승리를 헌납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샌더스 의원의 상승세가 해묵은 사회주의 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와 맞닿아 있다. 20대인 윌 데이비스씨는 샌더스 의원 지지 이유를 “사회주의자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인기 없는 이념이다. 폭스뉴스의 지난달 여론조사를 보면 사회주의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37%, ‘선호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57%였다.
이를 의식한 듯 지원유세에 나선 일한 오마 하원의원은 “샌더스 의원이 너무 급진적이라고들 하는데,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같은 식의 비난에 시달렸다”고 옹호했다. 샌더스 의원 측도 최근 실용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이념 대신 개별 공약 위주의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사회주의 논쟁의 점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란 예상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때마다 사회주의를 베네수엘라 몰락의 이유로 거론하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행복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원 상당수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했고 막판까지 박빙의 대 혼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오와에선 경선이 코 앞인데도 3분의 1 가량의 민주당원들이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누가 그를 대통령직위에서 끌어내릴 수 있느냐가 부동층 표심을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더래피즈(아이오와주)=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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