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개월을 끌어 온 ‘탄핵 위기’에서 마침내 해방될 전망이다.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미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혐의에 대한 유ㆍ무죄 투표를 5일(현지시간) 진행하기로 지난달 31일 결정하면서다. 특히 ‘스모킹 건(결정적 한방)’을 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이 무산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앞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모두 사라졌다는 평가다. 그는 이제 탄핵 면죄부를 발판 삼아 대선 행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31일 추가 증인 소환 여부를 놓고 4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표결을 진행해 51대 49로 증인 채택을 부결시켰다. 공화당 의원 53명 중 2명이 증인 소환에 찬성하는 반란표를 던졌지만 결국 볼턴 전 보좌관을 증언대에 세우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책임을 저버리고 거짓 탄핵재판을 진행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볼턴 전 보좌관 소환이라는 마지막이자 최대 변수가 사라지면서 트럼프 탄핵심판은 표결 절차만 남게 됐다.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한 상원 상황을 감안할 때 트럼프의 대통령직 유지는 거의 확정적이다.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100명)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물론, 트럼프 입장에서도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다. 4일 예정된 트럼프의 신년 국정연설 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공화당 전략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탄핵안 표결이 국정연설 다음 날로 잡힌 것을 두고 “민주당의 작은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CNN방송도 “트럼프가 무죄 선고를 받은 개선장군 자격으로 의사당에 입장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발목잡기에서 벗어난 트럼프가 이전보다 훨씬 ‘대담한’ 선거운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주도한 거짓 탄핵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여론전을 개시할 것이란 설명이다. NYT는 또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국정연설을 통해 세금감면 등을 재차 주장하면서 이민제한 정책과 대(對)중국 무역전쟁을 중점적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는 11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 앞서 10일부터 선거운동에 복귀한다.
한편 트럼프는 상원 탄핵심판을 겪고도 재선 운동에 나서는 첫 대통령으로 미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앞서 탄핵소추를 당했던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포기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중 하원의 탄핵소추를 받아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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