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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파문] "왜 반성하는 주체는 작가여야 하는가" … 절필 소설가 윤이형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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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파문] "왜 반성하는 주체는 작가여야 하는가" … 절필 소설가 윤이형의 질문

입력
2020.02.03 04:30
수정
2020.02.03 10: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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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8월 단편소설집 출간 당시 인터뷰 중인 윤이형 작가. 류효진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8월 단편소설집 출간 당시 인터뷰 중인 윤이형 작가. 류효진 기자

“지금껏 문학계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했을 때 연루된 작가들의 피해가 제대로 보상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 저는 이런 환경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할 수 없습니다. 일하지 않는 것이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그만둡니다. 다른 작가들이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20.01.31 트위터에 내놓은 입장문)

윤이형(44) 작가는 지난 31일 트위터에, 무려 원고지 27매 분량에 달하는 이 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앞서 지난 28일 “문단에서 더 이상 소설가 혹은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지 않기로 했다”고 인스타그램에다 썼던 절필 선언을 공식화하는 글이었다. “문학이 가장 큰 기쁨”이라던 작가가 한국문학에 작별을 고한 글이었다. 윤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장문에 적은 대로다. 더 할말은 없다”고만 했다.

윤 작가 절필 선언의 직접적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최근 불거진 이상문학상 파문이다. 지난달 6일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김금희, 최은영 작가 등이 ‘수상 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 측의 ‘3년간 저작권 양도 관행’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중편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대상을 받았던 윤 작가는 이 사태에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상문학상에)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상을 돌려드리고 싶지만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절필 선언은 그 책임을 떠안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는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고 썼다.

하지만 문단에서는 윤 작가의 피로가 “아주 오래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윤 작가는 SF와 본격문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각종 상을 휩쓸어왔다.

[저작권 한국일보]윤이형 작가의 문단 비판
[저작권 한국일보]윤이형 작가의 문단 비판

그런 윤 작가는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미투 사태를 계기로 투사로 변신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문예지 문학과사회에 발표한 ‘나는 여성작가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피해생존자들이 문학에 던진 질문 앞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지면을 얻어 글을 쓰고 고료를 받고 강의를 하며 살아간다면 그건 문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자신 역시 방관자로서 폭력의 확대 재생산에 책임이 있다는 반성의 뜻도 빼놓지 않았다. 윤 작가는 각종 인터뷰는 물론, 최근 출간된 단편소설집 ‘작은 마음 동호회’와 ‘붕대감기’ 등을 통해서도 부조리 고발에 앞장서 왔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간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다. 독특한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윤 작가였지만 인터뷰 자리에서 “현실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환상적인 요소를 가진 장르 소설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게 된 지 오래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적극적인 자아성찰과 비판 활동에도 불구하고 문제상황에 얽히게 되자 윤 작가는 결국 문학을 놓아버렸다. 윤 작가는 입장문에서 “어째서 반성하는 주체는 항상 작가들이어야 하는가. 대체 어떻게 생존하란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더 이상 무엇에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부조리에, 범죄에, 권리 침해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오랜 피로감은 “곡예를 하는 것처럼 마음 졸이고 두려워하며 일을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태인가요?”라는 반문에도 잘 묻어난다.

윤 작가의 절필 선언은 문단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질문으로 남게 됐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윤 작가의 말처럼 “이 시스템을 만든 분들, 멀리서 젊은 작가들 내려다보며 논평하고 평가하고 대견해 하거나 일침 놓는 분들”의 몫이 됐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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