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등 파장… 86개국 증시 시총 열흘새 3000조 증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 또한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최대의 소비국인 중국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성장률 둔화를 피해가길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2% 감소한 14억7,000만대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SA는 올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5G가 본격 도입돼 스마트폰 시장이 2~3% 가량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란 악재로 인해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SA는 중국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70%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우한을 비롯해 중국 곳곳에서 아이폰 조립 공장을 가동 중인 폭스콘은 정부 지침에 따라 이달 10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중국 내 모든 애플 매장도 9일까지 임시 폐쇄된 상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반도체나 자동차, 여행, 의류 등 다른 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생산이나 소비 측면에서 모두 중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연쇄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계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한다. 2003년에만 해도 중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6~7위에 머물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비중도 16~17%로 대폭 확대됐다는 것이다.
전날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경제학 교수는 이번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이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400억 달러(약 48조원)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적 피해가 최대 1,600억 달러(약 19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날 발표한 ‘2003년 사스 발병 당시 및 현재 중국경제 여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사스보다 더 빠르고, 중국의 경제 여건 등이 사스 발병 당시보다 좋지 않아 영향이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전세계 주식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가 미국 일본 등 증시 시총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세계 86개 주요국의 증시 시총이 86조 6,050억 달러(약 10경 3,216조원)로 나타나 신종코로나의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달 20일(89조 1,560억 달러)보다 2조 5,510억달러(2.86%) 줄었다. 열흘 사이 시총 3,026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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