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특성에 맞게 판단…지금이라도 다행”
감염 관련 3개 학회 “후베이성 입국 제한만으로는 불충분”
정부가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4일부터 전면 금지한다고 밝혀 사실상 ‘중국인 입국 금지’ 쪽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그간 ‘감염병을 이유로 여행ㆍ교역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단서를 바탕으로 ‘입국 금지’를 주저해왔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잇따른 입국금지 조치와 비등한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해 이날 입국 제한 조치를 전격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 입국 금지는 WH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조치다. WHO는 ‘비상사태’를 선포 때마다 늘 ‘각국에 교역과 이동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아왔다. 이번을 포함해 에볼라, 지카 등과 관련한 비상사태에서도 WHO의 입장은 일관적이었다. 밀입국 등이 성행할 수 있고, 이 경우 감염자들의 동선 파악과 방역이 어려워진다는 게 WHO의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도 감안됐다는 평가다. 이근화 제주의대 교수는 “교역과 이동 제한을 권고하면 감염병이 발생한 나라의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회복불능에 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WHO의 입장인데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 이번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온 미국, 일본을 비롯해 호주, 싱가포르, 대만, 이탈리아 등이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중국을 거친 외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다. 심지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마저도 중국인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를 취하기도 했다. 전병률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우려(Concern)’의 개념으로 각국에서 처한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해 대처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지금이라도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확산 추세를 감안하면 이번 정부 조치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감염학회ㆍ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ㆍ대한항균요법학회 등 국내 감염 관련 3개 학회는 이날 정부 조치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후베이성 외의 중국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중국 전역에서의 입국 금지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 단체는 또 “우리 국민이 위험지역을 방문하는 것부터 자제하고 모든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 후 2주간의 자발적인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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