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하키에서는 유독 ‘형제 선수’가 많은 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했던 김기성(34)-김상욱(31), 신상우(32)-신상훈(26ㆍ이상 안양 한라)이 형제 아이스하키 선수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책임질 20세 이하(U-20) 대표팀에도 형제가 빙판을 누비고 있다. 1분 차이로 형, 동생이 된 쌍둥이 김재석(20)-김효석(20ㆍ이상 연세대)이 바로 그들이다.
김재석과 김효석은 현재 강릉하키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2020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U-20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B 대회에서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같은 라인에서 뛰며 김재석은 3골 1어시스트, 김효석은 2골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크로아티아와 대회 최종전을 하루 앞둔 2일 형제는 우승을 약속했다. 김재석은 “대표팀이 낮은 디비전에 있을 때가 아니다. 더 올라가야 할 때다”라며 “우리가 승격시켜서 내년엔 후배들이 한 단계 높은 대회에서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효석 역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때부터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현재 디비전에 잔류하는 건 절대 안 된다. 무조건 무조건 우승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형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과 빙상장에 갔다가 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했다. 여름에 느낀 시원한 빙상장과 속도감, 스틱으로 슛을 쏜다는 매력에 빠져 부모님을 졸라 스틱을 잡았다.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뒤 이들은 매번 붙어 다녔다. 클럽부터 중ㆍ고교 그리고 대학까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칠 때도 둘은 언제나 한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김재석은 “계속 같이 다녀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다”며 “드라이브 인을 치다가 동생이 이쯤에 있겠다 싶어 퍽을 주면 정말 그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석도 “퍽을 상대에 뺏길 위기 순간 주위를 보면 근처에 형이 있다”며 “이런 걸 볼 때 ‘쌍둥이라 통하긴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웃었다.
둘은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김효석은 “아이스하키가 잘 안 될 때 피드백을 준다”며 “워낙 서로 잘 알고 있어서 보완할 점을 짚어주면서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석은 “예전부터 한 명이 뒤쳐지면 한 명이 끌어주는 방법으로 지낸다”며 “둘 다 한층 더 성장해 태극마크까지 다니까 기분도 새롭다”고 했다.
이들이 꿈꾸는 그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과 스웨덴 대표팀에서 활약한 ‘세딘 트윈스(헨릭 세딘-다니엘 세딘)’처럼 같은 프로팀에 가서 은퇴하는 순간까지 아이스하키를 함께 하는 것이다. 세딘 형제는 8세에 하키를 시작해 스웨덴 프로팀(1997~2000), NHL 밴쿠버 캐넉스(2000~2018)에서 은퇴할 때까지 계속 한 팀에서 뛰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선 스웨덴의 금메달을 합작 했다.
김효석은 형에게 “앞으로 우리 다치지 말고 목표했던 걸 향해서 열심히 나아가자”고 약속했고, 김재석은 동생에게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도 서로 힘을 합쳐서 이겨내는 우리가 되자”며 손을 맞잡았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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