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7일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 이사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의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서거나(연임 강행) 연임을 포기하는 두 개의 선택지 중 어떤 결정을 하든 금융권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우리금융의 결산실적 정기 이사회에서 중징계 결정에 대한 입장과 향후 거취를 밝힐 것이란 관측이 높다. 그는 금감원의 징계결정 하루 뒤에 열린 지난달 31일 우리은행장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참석해 “일주일 가량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행정소송 승소 가능성과 거취 문제 등을 면밀히 따져본 뒤 7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입장 표명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달 30일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받았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손 회장이 행정 소송 등에 나서 징계 확정을 미루거나 뒤집을 경우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단하긴 쉽지 않지만 내부 통제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명시한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점을 감안하면 법적 다툼까지 갈 경우 우리금융의 승소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결정에는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출범 2년차를 맞아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를 노리는 우리금융이 감독권을 지닌 금융당국에 반기를 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손 회장이 중징계 결정을 수용해 연임을 포기할 경우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 우리금융 내에 지주 회장직에 걸맞은 경력을 갖춘 인사가 거의 없는 데다 차기 회장 재선출을 둘러싸고 ‘한일ㆍ상업은행’간 해묵은 갈등이 재발할 경우 지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된다. 손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 ‘CEO 리스크’와 ‘금융감독 리스크’가 상존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임원 선임은) 이사회와 주주가 책임지고 결정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거듭 밝히고 나섰다. 이를 두고 우리금융 이사회나 손 회장이 ‘책임 있는 판단’을 하라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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