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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우한 영사 “전세기 이륙 후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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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우한 영사 “전세기 이륙 후 펑펑 울었다”

입력
2020.02.02 16:13
수정
2020.02.02 17: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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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교민들 기진맥진… 베이징 교민들은 뒤숭숭

1일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중국 베이징행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온 서양인 가족 4명이 서우두 국제공항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와 텅빈 공항 대합실을 걸어가고 있다.
1일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중국 베이징행 동방항공 여객기를 타고 온 서양인 가족 4명이 서우두 국제공항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와 텅빈 공항 대합실을 걸어가고 있다.

고국으로 전세기 두 대를 띄워 보낸 중국 우한의 교민사회는 2일 기진맥진한 분위기였다. 한 고비 넘겼다는 안도감에 그간 쌓인 피로가 쏟아졌지만, 여전히 현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듯했다. 수도 베이징 교민들도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외출을 자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세를 주시했다.

정태일 후베이성 한인회 사무국장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한국에서 온 전세기 편으로 구호물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교민들이 안도하고 있다”면서 “마스크와 생필품 등을 3일부터 분류해 배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두 번째 전세기가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쓰러지듯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남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분들에 대한 처우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한 영사관에서 교민 귀국 실무를 총괄한 정다운 경찰 영사는 1일 교민들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마지막 전세기에 교민들이 무사히 탑승해 이륙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남은 고립된 분들께서도 조금만 버텨달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는 150여명의 교민이 체류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물건이 급하게 공수되면서 우한의 중대형 마트 일부에서는 식료품 조달에 숨통이 트였다고 한다. 한 교민은 “매장에 ‘물건 사재기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있더라”며 “병원은 워낙 환자들이 몰려 어지간히 아파서는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춘제(春節ㆍ설) 연휴가 끝나 우한 주민들이 대거 집으로 돌아온 이후가 더 걱정스럽다.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면 우한 당국의 통제 조치가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보내준 구호물자로 일단 한시름 놓더라도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베이징에서 한국 교민들이 모여 사는 왕징의 분위기는 이날 을씨년스러웠다. 일부 아파트는 외부인의 단지 출입을 금지하고, 지난달 중순 이후 베이징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주민에게 18가지 항목에 걸쳐 행선지를 비롯한 인적 사항을 등록하게 하는 등 지역사회의 눈초리가 따가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리 가족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홀로 남아있는 경우가 상당수다. 아파트 주민의 단체 대화방에는 “집안에 머무는 것이 사회를 위한 최대의 공헌”이라며 “서로 모이지도, 집밖으로 외출하지도 말자”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다른 교민은 “인근 마트 영업이 평소와 다름없어 많이 불편한 건 없다”면서도 “가급적 접촉을 피하고 집안에 눌러앉아 자발적으로 격리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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