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이 귀국한 두 아이 돌봐야” 아버지 자진 입소
TV 시청ㆍ와이파이 이용ㆍ손 빨래도… 교민 1명 확진 판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세기로 귀국해 격리생활중인 교민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진 국민적 관심에 뉴스를 지켜보며 긴장된 고국 일정을 보내고 있다. 보호자 없이 귀국한 어린이 2명에 대해 국내에서 아버지가 입소하는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김포공항 귀국 직후 신종코로나 의심 증세로 병원에 격리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우한 교민 14명(아산 8명, 진천 6명)이 오전 임시생활시설에 추가 입소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1, 2차 귀국자 701명 전원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국내거주 국민 1명 포함 528명)과 충북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173명)에 입소했다.
국내에서 입소한 국민은 지난달 31일 귀국한 교민 가운데 보호자 없이 온 어린이 2명(10세, 8세)의 아버지다. 어머니가 중국 국적이라 함께 귀국할 수 없어 국내에 있던 아버지가 14일간 함께 머물도록 정부가 조치한 것이다.
1차 입소한 교민 1명이 발열 증세로 서울중앙의료원으로 이송돼 이날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교민들도 함께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재 입소자들은 1인 1실에서 격리 생활을 하면서 문 앞까지 배달된 도시락을 가져다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 후 도시락 등 폐기물을 밀봉해 문 앞에 내놓으면 폐기물 처리반이 수거해 가는 식이다. 전날 한국행 전세기를 타고 귀국해 경찰인재개발원에 들어온 권요한(31)씨는 이날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 “방안에서 각자 매일 2번씩 체온 측정을 하고 숫자를 기록해 문 앞에 두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와서 점검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을 전했다. 첫날 권씨를 비롯한 입소자들에게 물과 휴지, 세면도구, 침구류, 구호키트 등이 제공됐다. 격리생활 중 방역원칙에 따라 외출은 금지된 상태다. 당연히 외부인의 면회도 차단됐다. 무엇보다 화장실 이용, 세탁까지 모든 생활을 방안에서 해야 한다.
교민들의 아침은 “식사 왔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매일 오전 8시와 낮 12시, 오후 5시에 방문 앞에 도시락을 가져다 준다.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자들이 떠난 뒤에야 문을 열어 도시락을 받는다. 권씨는 “저녁에는 식사와 별도로 호두과자와 요거트, 바나나 2개 등 간식이 나왔다”며 “물은 1인당 2ℓ짜리 12통이 제공돼 2주 간 마시기 충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냉장고가 없어 냉장 보관은 힘들다.
이들은 첫날 옷가지를 손 빨래하는 등 개인 정비를 마친 뒤 방 안에 설치된 TV를 보거나 중국에서 가지고 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권씨와 같은 날 입소한 17세 이하(U-17) 농구 청소년대표팀 박종천(60) 감독은 “스팀 중앙난방이라 그런지 온수도 잘 나오고 방 안도 뜨끈하다”며 “다만 운동도 방안에서만 할 수 있어 2ℓ 물통을 활용해 스쿼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민 수용을 반대하다 마지막에 마음을 돌려준 진천ㆍ아산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감독은“우리 국민은 정도 많고, 베푸는 정신이나 희생정신도 뛰어나다”며 “저희를 품어주신 충북 진천ㆍ충남 아산 시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격리 생활 과정에서 일부 불편 사항도 나오고 있다. 경찰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일부 교민은 자신의 방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고, 인터폰도 고장 났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와이파이 등 통신상태가 여의치 않아 외부와의 연결에 불편도 있었다. 경찰인재개발원에는 SKT만 설치돼 있어 KT와 LG U+ 사용자나 한국 유심칩이 없는 입소자는 가족 등과의 연락이 단절됐다. SKT는 통신사와 관계 없이 모두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망을 개방키로 했다. 권씨는 “다행히 2일 오후 전체 방송을 통해 4일까지 개별 유심칩과 가습기 등을 지급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한 입소자가 금연보조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와 이를 구매해 제공하기도 했다.
격리 생활을 하는 교민과 이들을 품은 충남 아산, 충북 진천 주민들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송기섭 진천군수와의 통화에서 어린이 마스크와 레이저 체온측정기 등을 확보하는 대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청과 한국감정원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GS리테일과 CJ제일제당은 도시락 등 먹거리와 물티슈 등 위생용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충북 충주의 방역업체인 케이글로벌은 진천 덕산읍 내 어린이집 20곳을 무료로 소독해주기로 했다. 아산에 소재한 찬양 ENG와 뉴젠스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2,000만원 상당의 위생용품을 시에 전달했다. 가수 홍진영은 경찰인재개발원에 마스크 2,500개를 기부하기도 했다.
아산·진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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