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의 첫날, 하루 2번 체온 검사
TV 시청ㆍ독서로 시간 보내

“방 안에서 각자 매일 2번씩 체온 측정을 하고 숫자를 기록해 문 앞에 두면, 방호복 입은 의료진들이 와서 점검해주십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1일 한국행 전세기를 타고 돌아온 권요한(31)씨는 2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권씨를 포함한 우한 등 중국 후베이성 교민 333명은 전날 오전 8시 13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의심 증세가 없는 326명은 2주간 격리 생활을 하게 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옮겨졌다. 권씨는 입소 첫 날 실시되는 신종 코로나 검체 채취를 마친 뒤 자신에게 배정된 방에 입소했다.
첫날 권씨를 비롯한 입소자들에게 물과 휴지, 세면도구, 침구류와 같은 구호키트 등이 제공됐다. 교민들은 1인 1실로 배정된 방에서 생활하며, 격리생활을 하는 동안 방역원칙에 따라 외출이 금지된다. 당연히 외부인의 면회도 금지다. 식사나 화장실 이용, 세탁 등 모든 생활도 방 안에서 해야 한다.
교민들의 아침은 “식사 왔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방호복 입은 관계자들이 매일 오전 8시와 낮 12시, 오후 5시에 방문 앞에 도시락을 가져다 준다. 입소자들은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관계자들이 떠난 후 문을 열어 도시락을 받는다. 권씨는 “저녁에는 식사와 별도로 호두과자와 요거트, 바나나 2개 등의 간식이 나왔다”며 “물은 1인당 2ℓ짜리 12통이 제공돼 2주 간 마시기 충분하다”고 전했다. 다만 냉장고가 없어 냉장 보관은 힘들다.
체열은 방에 배치된 체온계를 통해 본인이 직접 하루 2번 잰다. 권씨는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각자 온도를 측정해 문 앞에 기록해 두면 복도에 대기 중인 의료진들이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첫날 옷가지를 손빨래하는 등 개인 정비를 마친 뒤 방 안에 설치된 TV를 보거나 중국에서 가지고 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권씨와 같은 날 함께 입소한 17세 이하(U-17) 농구 청소년대표팀 박종천(60) 감독은 “스팀 중앙난방이라 그런지 온수도 잘 나오고 방 안도 뜨끈하다”며 “다만 운동도 방안에서만 할 수 있어 2ℓ 물통을 활용해 스쿼트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교민 수용을 반대하다 마지막에 마음을 돌려준 진천ㆍ아산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감독은“우리 국민은 정도 많고, 베푸는 정신이나 희생정신도 뛰어나다”며 “저희를 품어주신 충북 진천ㆍ충남 아산 시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일부 입소자들의 경우 와이파이 등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아 외부와의 연결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현재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는 SKT와 KT 고객들만 사용할 수 있는 통신사 와이파이만 설치돼 있다. LG U+ 사용자나 한국 유심칩이 없는 입소자는 가족이나 친지와의 연락이 단절되기도 한 상황. 권씨는 “다행히 2일 오후 전체 방송을 통해 4일까지 개별 유심칩과 가습기 등을 지급할 예정이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행동 방침과 규칙을 잘 따라 주민들에게 피해나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의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두 편의 전세기 운항을 통해 귀국한 국민은 모두 701명이다. 이중 별다른 감염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693명이 임시생활시설에서 2주간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526명,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67명이 입소했다. 경찰은 이날 각각 5개 중대 450명씩 병력을 각 시설에 배치해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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