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연맹이 ‘기술 도핑’ 논란을 일으킨 엘리우드 킵초게(36ㆍ케냐)의 마라톤화를 조건부로 허용했다.
연맹은 1일(한국시간) 공식 대회 신발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의 핵심은 ‘특정 선수만을 위한 신발은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모두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킵초게만을 위해 만든 신발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마법 신발’의 모태가 된 줌엑스 베이퍼플라이는 신을 수 있다. 킵초게는 지난해 10월 영국 화학업체 NEOS가 인류 최초의 2시간 돌파를 위해 개최한 비공식 대회에서 신형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1시간 59분 40초의 기록을 세웠다. 비공식 기록이었지만 육상계에선 큰 파장이 일었다. 일부 선수들은 ‘기술 도핑’이라며 연맹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나이키는 킵초게를 위해 기존 줌엑스 베이퍼플라이를 손본 맞춤형 신발을 내놨다. 발뒤꿈치 부분에 탄소섬유로 만든 판을 넣었는데, 이 판이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했다. 여자 마라토너 브리지드 코스게이(케냐)도 지난해 10월 2019 시카고 마라톤에서 시판된 줌엑스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2시간14분04초에 완주해 세계기록을 세웠다.
킵초게의 특수한 베이퍼플라이에는 발뒤꿈치 부분에 탄소섬유로 만든 판을 3장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게이가 신은 일반 줌엑스 베이퍼플라이에는 탄소섬유판이 1장 들어 있다. 연맹은 “신발 밑창의 두께는 40㎜ 이하여야 한다. 탄소섬유판은 1장만 허용한다”고 규정하며 ‘킵초게 신발’ 사용을 막는 장치를 추가했다.
당분간은 스포츠 브랜드의 육상 신발 기술 경쟁도 잦아들 전망이다. 연맹은 “2019년 12월30일 이전에 시판된 신발만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종목은 제한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올림픽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장이었지만 육상은 예외였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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