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손해보험 계열사인 삼성화재에 창립 68년 만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80여년간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온 삼성 측이 전향적인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후 그룹 계열사에 결성된 첫 노조다.
삼성화재 노조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조직으로 3일 출범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작년 12월 설립총회를 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발기인 명단에는 오상훈 초대 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화재에 노조가 생긴 것은 1952년 회사 설립 후 처음이다. 과거 노조 설립 시도가 있었지만, 그룹의 무노조 경영 원칙에 발이 묶여 번번이 무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위원장은 “대외적으로는 윤리경영을 얘기하면서 대내적으론 견제 없는 인사권을 갖고 약자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통제해 왔다”고 회사 측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와 노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부당노동행위와 일방통행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상생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에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생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동조합(제 4노조)이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이후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무노조 경영 원칙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삼성전자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전ㆍ현직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이후 삼성 측은 사과문을 내놓으며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에스원, 삼성SDI 등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됐다. 하지만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 노조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소규모이거나 적극적인 노조활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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