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 '성혜의 나라'를 연출한 정형석 감독이 배우 캐스팅 비화를 털어놨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성혜의 나라' GV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형석 감독과 배우 송지인, 강두가 참석했다.
'성혜의 나라'는 스물아홉 성혜(송지인)의 암울하고 답답한 현실을 조명하는 영화다. 24시간 일해도 부족한 생계를 힘겹게 이어가며 희망조차 꿈꾸지 못하는 20대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
이날 정형석 감독은 "처음부터 남자 주인공은 강두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딱히 어떻게 연기해달라는 주문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잘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강두를 안 지 몇 년 됐다. 그 전에 내가 알던 강두는 천진한 캐릭터 승환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이전에는 그런 역할을 한 적이 없었고, 힘 들어가고 폼 나는 연기를 많이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본인이 연예계 생활을 과거에 하면서 느낀 느낌들이 있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요소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강두가 그런 게 빠지기 시작한 거다"라며 "높은 곳과 바닥을 왔다 갔다 해본 사람은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역할이) 가능하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쓸 때 승환 역할은 강두를 생각하고 썼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바로 던져줬다. 너무 자연스럽게 본인이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송지인을 캐스팅한 사연도 전했다. 그는 "우연히 지인 SNS에서 사진을 보고 소개해달라고 해서 같이 하게 됐다"며 "물론 고민은 있었다. 이 배우를 선택하기 전에 다른 배우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큐처럼 끌고 오는 방식을 취하긴 했지만 이건 영화다. 관객들이 배우 얼굴을 계속 보고 따라가야 하는데 여러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처음 생각한 배우는 무척 사실적인 사람이고, 송지인은 좀 예쁘다. 다른 배우도 훌륭한 배우인데, 너무 사실적인 느낌인 거다. 그러면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더 힘들 거란 생각이 들더라. 배우가 관객을 끌고 갈 때 힘이나 그런 걸 고려해서 캐스팅했다"며 "영화가 만들어지고 여러 번 보는데 정말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정형석 감독은 이 작품의 각본과 감독, 제작을 모두 맡았다. 보고 싶지 않은 현실과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흑백영화를 선택했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혜의 무표정한 얼굴에 주목한다. 잔잔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