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경희, 조카 김여정 위상 높이려 다시 나왔다”

[PYH20200126061700042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설명절 기념공연 관람에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동행한 모습이 지난달 26일 북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조선중앙TVㆍ연합뉴스

최근 6년 만에 재등장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정치적 위상 증대와 역할 확대에 명분을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과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1일 발간한 ‘김경희 재등장의 의미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김경희의 등장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김여정 역시 후광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을 내놨다.

김경희의 등장은 북한이 미국에 맞선 ‘정면돌파전’을 전개하면서 ‘백두혈통’의 단합과 이를 중심으로 한 대내 결속 강화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 당국에게 김경희는 ‘김일성 주석의 딸’로서 주민들에게 김일성 시대를 떠올리게 하고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김 주석의 모습을 찾게 해주는 핵심 고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김경희가 “북한의 간부와 주민들이 김여정의 높은 위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도록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김여정이 김정일 시대의 김경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당 부장 및 정치국원 명단에 등장할 시기도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며 “김경희의 재등장이 김여정의 작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경희의 재등장은 지난달 26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김정은 위원장의 설명절 기념공연 관람 사진을 통해 알려졌다. 김경희는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와 김여정 부부장 사이에 앉아 있다.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한 김경희의 역할은 “실질적 권한은 없지만 상징적 의미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반역자’ 장성택 부인이라는 꼬리표와 건강상 등의 이유를 고려할 때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연구진은 “북한은 주요 국가대사를 논의하는 당ㆍ국가기구 회의보다는 주요 기념일과 국가행사에 김경희를 참석시킴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의 정통성과 김일성 일가의 단합을 대내외에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그 동안 김 위원장의 공연관람에 당ㆍ정ㆍ군의 주요 간부들이 동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수의 근로자와 실무부서 담당자들이 객석에 앉았는데, 이러한 관객 구성이 “김경희를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였던 듯하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