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3번 환자와 접촉 95명… 지역사회 감염 비상
‘3차 감염’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한국인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감염된 후, 다른 사람에게 다시 병을 전파시키는 상황을 뜻한다. 지역사회 감염으로의 출발을 뜻하는 만큼, 3차 감염 단계로 접어든 신종 코로나 사태는 향후 여파를 내다볼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수 있다.
국내 첫 2차 감염자로 기록된 6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의 아내와 아들이 3차 감염 사례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은 허술하게 환자 관리 시스템을 운영했다는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3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번 확진환자(55ㆍ30일 확진)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식당 한일관에서 친구인 3번 환자(54ㆍ26일 확진)와 함께 1시간 30분 정도 가로ㆍ세로 90㎝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로 불고기 요리를 먹었다. 이 자리에서 침이 묻은 수저나 음식, 대화 도중 비말(침방울)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기침을 하면 침방울이 2m까지 튄다.
3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6번 환자는 일상접촉자로 분류돼 능동감시만 받아왔다. 그러다 29일에야 밀접접촉자로 구분됐다. 자택에 격리되는 밀접접촉자와 달리 일상접촉자는 격리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보건당국의 잘못된 환자 분류로 6번 환자가 사흘 동안 검역망에서 벗어난 셈이다. 6번 환자는 그래서 별다른 제재 없이 서울 소재 본인 집에서 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냈고, 이는 3차 감염의 불씨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질병관리본부는 6번 환자와 접촉한 8명을 심층 조사하던 중 환자의 아내(10번 환자)와 아들(11번 환자)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6번 환자의 가족 2명은 중국 우한을 다녀온 적이 없기 때문에 6번 환자로부터 전염됐을 거라고 판단된다”라며 “6번 환자가 가족 내에 전파를 시킨 것으로 3차 감염이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6번 환자가 명절을 함께 보낸 가족 가운데 충남 태안 소재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하는 딸과 사위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단 6번 환자의 딸 부부는 이날 오후 현재 확진자가 아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들 부부에게 미열이 있어 자가 격리 후 검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어린이집 교사인 딸이 확진자로 나타날 경우 상황은 일파만파로 번진다. 그가 접촉한 아동들의 감염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3번 환자의 바이러스가 6번 환자를 감염시키고, 또 다시 6번 환자가 가족 2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연쇄 감염이 일어난 구도가 벌어졌지만 그간 보건당국은 국내 확진 환자가 모두 중국 우한을 거쳐 왔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첫 2차 감염과 3차 감염을 잇따라 유발한 3번 환자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당시 강력한 감염력을 발휘했던 이른바 ‘슈퍼 전파자’와 다름 없는 위력을 보일지 여부다. 무증상 입국한 3번 환자가 스스로 보건당국에 연락해 격리될 때까지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도심을 활보한 만큼, 그와 접촉한 95명이 언제 어떻게 연쇄 감염자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다만 보건당국은 3차 감염까지 불러 온 3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3번 환자로 인해 생긴 2차 감염자는 현재 1명이기 때문에 슈퍼 전파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슈퍼 전파자는 혼자 4명 이상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경우를 칭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현재 2명에게 감염시킨 6번 환자와의 접촉자 가운데 감염자가 추가로 나올 경우 그가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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