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3월 25일에 또 다시 공판
‘김기춘 직권남용’ 대법 판결 영향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이 연기됐다. 대법원이 전날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직권남용죄를 엄격히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박 전 대통령에도 영향을 줬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2회 공판에서 “어제 관련 사건 판결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결심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관련 사건 판결’이란 전날 대법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판결이다. 박근혜 정부 때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이 이 사건으로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공소사실에도 들어있다.
재판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로 하여금 문체부에 각급 명단을 송부한 행위, 지원공모사업 진행 중 수시로 진행상황을 보고하게 한 행위를 특별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예술위 직원들이 이 행위들을 업무협조나 의견교환 차원에서 해온 것인지, 해왔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법령에 위배되는지를 보겠다고 했다. 대법원이 전날 “공무원은 직권에 대응해 따라야 할 의무가 있어, 직권남용은 상대방이 공무원이면 어떤 행위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를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직권남용의 범위를 항소심보다 엄격히 적용해서다.
재판부는 “전날 대법원 판단에 따라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양 쪽에게 주장을 정리한 뒤 필요한 증거가 있으면 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안 한 것인데 이번에는 특별히 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것이고, 과거에 절차만 달랐다고 하면 무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3월 25일로 잡았다. 이에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박 전 대통령의 3ㆍ1절 특별사면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형이 확정돼야만 특별사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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