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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만 세우는 중국… ‘우한 탈출 전세기’ 한밤중에만 이륙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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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만 세우는 중국… ‘우한 탈출 전세기’ 한밤중에만 이륙 허가

입력
2020.01.31 21:00
수정
2020.02.01 00: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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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日 등 전세기도 새벽 출발… “외국인 엑소더스 불편한 속내”

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에 투입된 1차 전세기가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에 투입된 1차 전세기가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 투입된 각국 전세기가 대부분 한밤중이나 동트기 전 새벽에 날아오르고 있다. 중국이 가급적 지켜보는 눈이 적은 시간을 택해 이륙을 허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우한 엑소더스’로 비쳐지는 게 불편한 중국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중 양국은 31일 대한항공 2차 전세기가 밤 11시 우한 톈허국제공항에 도착해 다음날 오전 2시45분 이륙하는 데 합의했다. 김포공항 예상 도착시간은 1일 오전 6시30분이다. 한밤에 와서 새벽에 출발해 동틀 무렵에야 한국에 닿는 일정이다.

앞서 미국 전세기는 29일 오전 5시(현지시간) 우한에서 이륙했다. 일본이 28, 29일 투입한 전세기도 새벽에 우한을 출발해 일본에는 오전에 도착했다. 368명의 교민을 태운 한국의 1차 전세기도 31일 오전 5시쯤 우한을 떠났다. 프랑스 전세기와 일본의 3번째 전세기 역시 이날 오전 이른 시간에 자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까다로운 행정 절차를 적용해 각국 전세기의 이륙시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큰 틀은 합의해놓고 구체적으로는 꼼꼼하게 따지며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미국 전세기의 경우 출발시간이 당초 28일 밤 11시에서 6시간 가량 미뤄졌다. 한국 1차 전세기도 전날 오후 3시에 우한을 출발하려다 중국 당국이 허가를 늦추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바이러스를 피해 외국인들이 앞다퉈 대규모로 달아나는 모양새가 상당히 불쾌할 것”이라며 “더구나 백주대낮에 전세기 이륙을 허가하는 건 자국민의 눈치도 있고 자존심도 상하는 일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앞장서고 당원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외국인 탈출 행렬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미국ㆍ일본ㆍ한국ㆍ영국 등 6개국의 전세기가 우한을 오갔다. 여기에 인도ㆍ필리핀ㆍ터키 등 10여개국이 순서를 기다리며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가 자존심을 접고 어느 선까지 전세기 투입을 허용할지도 관심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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