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유행은 일차적으로 중국의 문화적, 지역적, 정치적 특색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은 GDP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넓은 국토와 엄청나게 많은 인구로 아직 완전한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국가다. 다양한 문화적 특색도 덩달아 남아 있었고, 바이러스도 이 때문에 발발했다. 원인은 우한 시장에서 거래되던 야생 박쥐로 추정된다. 야생 동물 거래는 인류에게 이종 감염의 위험이 있어 금기시된다.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직은 부족한 중국의 문화적 선진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후에는 낙후된 정치 조직이 작동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전염병이 우한 시내에 돌기 시작했지만 시 내부에서 은폐되었다는 발표가 있다. 폐쇄적 정치 조직의 특성이 발현된 셈이다. 최대한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묵인되면 이렇게 커다란 사고가 난다. 덕분에 역학 조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감염자를 낳았고, 다른 도시는 물론 전 세계에 신종 바이러스를 수출해버리고 말았다. 쏟아져 나오는 확진자를 보면, 초기에 얼마나 방치해둔 건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제 당국이 대처에 나섰다. 하지만 신종 전염병이 너무 오래 방치되어 도대체 누구부터 시작했는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장 큰 위험인자인 ‘우한 거주’자를 ‘우한’에 가둬놓고 시작했다. 천만이 사는 도시를 폐쇄하다니, 여러 모로 엄청난 결정이었다. 이제 이 도시에서 의미 있는 고열이 나면 무조건 격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다른 도시에서 치료받지 못한다.
그 정도의 재난을 대비하고 있는 도시는 없을 것이다. 초반에 병원 격리실을 채우자, 넘치는 환자를 눕힐 공간이 없었다. 때문에 수많은 포클레인이 기초 작업을 하며 병원을 짓는 모습이 보도됐다. 또 ‘우한 시민의 절규’가 인터넷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사실 모두 원칙상 신종 바이러스 감염 확률이 높은 고열 환자였으나, 의료진도 어쩔 도리가 없어 방치되었을 것이다. ‘지옥’이나 ‘절규’라는 표현은 무리가 아니다. 여기서 같은 인간으로서 우한에 응원을 보낸다.
본격적 대처가 시작되자 역으로 대단한 조치가 시작되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그동안 중국 신장 위구르 지방에 있었다. 우한이 봉쇄될 때에도 3,000㎞ 떨어진 신장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감염자가 생기자 엄청난 조치가 시행되었다.
손 씻기와 마스크를 강제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국이 모든 여행과 모임을 취소했다. 관광지는 당연히 폐쇄. 대부분의 호텔과 식당 폐쇄. 이동 시 검문으로 방역 당국이 체온을 쟀다. 옆 도시, 호텔, 아파트 단지 등을 출입할 때 체온이 높으면 공안이 찾아와 잡아갔다. 간신히 문을 연 식당을 찾았더니 여권 번호와 전화번호를 쓰고 밥을 먹어야 했다. 외국인이나 타 지방 사람의 여행이 등록되면 공안이 출동해서 여행을 막았다.
역학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는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느냐다. 이 정도면 사실 인권에 문제가 있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여가 생활의 자유도 없으며 심지어 신체가 구속되고 자신의 행적이 당국에 일일이 밝혀진다.
하지만 보건 위생의 입장에서는 대단하다. 전염 가능성이 높은 공간 자체를 없애버렸다. 개개인이 전염성이 있다면 이동이 봉쇄된다. 혹시나 감염자가 발생하면 명단으로 즉각적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외지 사람은 원칙적으로 안전하지 않으므로 돌아다닐 수가 없다. 이건 그야말로 ‘중국이라 가능’한 대처였다. 적어도 보건의료적으로는 ‘총력’을 기울인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중국은 이번 사건에서 국제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노출했다. 그리고 이후 대처 또한 특별하다. 마지막으로 한 명이라도 더 건강하게 바이러스가 지나가기를 인류애적으로 바라본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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