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중국 내 생산 공장이 멈춰서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도 생산 차질이 현실화됐다. 완성차 산업은 특성상 하나의 부품이라도 부족하면 완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구조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배선 뭉치로 불리는 전선 제품 ‘와이어링 하니스’를 만들어 국내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내달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이 회사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쌍용차는 내달 4일부터 공장 가동이 불투명해졌다. 같은 회사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한국지엠(GM), 르노삼성차도 와이어링 재고 파악과 대체 수급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ㆍ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유일한 특근 대상 모델인 팰리세이드의 이번 주말 특근이 취소됐다. 와이어링 재고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특근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와이어링 재고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 팰리세이드에 사용되는 와이어링의 재고 물량으론 다음 주 중순 정도까지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와이어링은 차종에 따라 다른 제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차종별 재고량에 따라 생산 가능한 마지노선은 서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와이어링 수급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와이어링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은 계약을 통해 연간 생산량 등이 대략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전 세계 와이어링 생산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돼 중국의 생산ㆍ물류 차질이 계속되면, 와이어링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하청업체들이 중국으로부터 공급받는 다양한 자동차 부품들의 재고도 급속히 줄어들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달리 재난에 의한 생산 차질이므로 갑자기 새로운 수급 루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중국 생산 공장에서 다양한 부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자동차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현대ㆍ기아차 중국 법인은 중국 중앙ㆍ지방정부 지침과 부품 공급 상황에 따라 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북경현대 충칭공장과 둥펑위에다기아, 쓰촨현대는 지방정부 지침에 따라 다음달 9일까지 휴무를 연장한다. 북경현대 베이징공장과 창저우공장은 내달 3일부터 부품 공급 상황에 따라 부서별 탄력 근무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현대ㆍ기아차 중국 주재원은 원할 경우 한국으로 일시 귀임이 허용됐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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