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고열로 전세기 못 타, 우리당국 발열검사선 12명 걸러져
김포공항 별도 보안구역 입국… 추가 검역서 6명 격리 병원 이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일대에 머물고 있던 한국 교민 368명을 태운 전세기(대한항공 보잉747ㆍKE9884)가 31일 오전 6시 3분(현지시간) 중국 우한시 톈허공항을 출발해 오전 8시쯤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우한에 고립된 교민을 국내로 데려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지 사흘 만에 우리 교민의 첫 국내 송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들의 전세기 탑승 전 톈허공항에서 이뤄진 중국 보건당국의 발열 테스트에 포착된 1명이 우한에 남겨졌다. 당초 귀국 예정자(369명)보다 1명 부족한 368명이 돌아온 이유이다. 중국 당국의 발열 여부 판단 기준은 37.3도. 한국(37.5도) 기준보다 0.2도가 낮다. 중국의 검역 이후 탑승 전 이뤄진 우리 당국의 발열 검사에서 다시 12명이 걸러졌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귀국을 희망할 경우에 모두 귀국시킨다는 게 기본 원칙”(강형식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에 따라 이들 유증상자는 404명이 탑승할 수 있는 전세기의 1등석으로 보내졌고, 무증상자들은 이코노미석에 탑승했다.
당초 정부는 기내에 탑승객들을 앞뒤로 한 좌석씩 빈 공간을 두고 다이아몬드 형태로 앉히겠다고 밝혔으나 중국 정부가 30일 하루 전세기 1편의 운항만 허용하면서 이러한 좌석 배치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탑승객은 바이러스가 투과할 수 없는 보건용 N95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조치됐다.
오전 8시 4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전세기에서 교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빠져 나왔다. 전날 오후 11시쯤 우한 톈허공항에 전세기가 도착한 지 9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마스크에 가려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우한 공항에서 이미 깐깐한 검역을 받은 교민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검역장으로 이동했다. 이날 나온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검역을 꼼꼼히 진행하느라 (도착 시간이) 늦어졌다”며 “비행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포공항 도착 후 일반 입국장이 아닌 별도로 마련된 에어사이드(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보안 구역)를 통해 입국했다. 일반 여행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다 보니 이날 공항에선 교민들을 보려고 나온 교민 가족이나 지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민들 외에도 이들의 탑승을 지원한 정부 신속대응팀과 대한항공 승무원 등도 에어사이드를 통해 돌아왔다.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한 교민들은 김포공항 A게이트 안쪽 검색대를 통과했고 별도의 항공센터에서 수속과 검역절차를 진행했다. 검역당국은 미리 검역을 위한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교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민 20~30여명이 차례로 들어가 검역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교민 6명에게서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 첫 전세기로 이송된 교민 가운데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모두 1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국립중앙의료원(14명)과 중앙대병원(4명)으로 나눠 이송돼 격리됐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N95마스크를 착용했고 긴장한 상태여서 발열이 증가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부터 김포공항 주변 도로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고 15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긴장감이 흘렀다. 검역소 앞은 공항 특경대원들의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구급차 의료진은 모두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
검역을 통과한 교민 350명은 오전 10시 49분부터 차례로 버스 30대를 나눠 타고 앞으로 2주간 격리될 임시숙소로 향했다. 경찰이 경찰차로 아산과 진천행 버스를 분리시켰다. 경찰차 10여대가 이들 버스 앞뒤에 따라 붙었다. 아산행(200명) 버스는 오후 12시 50분, 진천행(150명) 버스는 오후 1시 20분 수용시설에 각각 도착했다.
이들은 임시수용시설로 정해진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주간 격리 조치된다. 방역원칙에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가는 등 외출도 할 수 없고 외부인의 면회도 금지된다.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을 쓰게 된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구비돼 최대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시설의 수용규모와 충남과 충북 지역 연고를 따졌다”면서 “그 외에도 12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가족은 2인 1실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어 이런 분들을 고려해 분산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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