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군복지단 납품 비리 등 30여건 공익제보 민진식 전 대령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부 고발자를 권력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고, 정권이 바뀌어도 스스로 잘못을 시정할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국가기관은 조직 이기주의 때문에 무감할 수 있어도 권익위마저 똑같다면 내부 고발자의 인권 향상에 대한 희망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19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부천지청 맞은 편 행정사 사무실에서 만난 민진식 전 대령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권익위는 바뀐 게 전혀 없다”며 “잘 했든 못 했든 과거의 사실 관계는 확인해서 제대로 바로잡는 게 국가기관이 할 일이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내부 고발자 보호막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권익위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었다. 2018년 7월 전역한 민 전 대령의 일간지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군복지단 마트 납품 비리, 육군훈련소 증식빵 입찰 비리. 2012년 말 그가 터뜨린 대표적인 군대비리 공익 제보다. 이 고발로 그는 2013년 2월 뇌물수수 3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였다. 국방부의 보복 성격이 짙은 조사였다. 이후 그는 국군복지단 사업관리본부장에서 무보직 파견 후 육군사관학교 인사행정처장, 특전사 기획실장, 21사단 부사단장으로 6년간 외곽을 떠돌다 2018년 7월 전역했다. 하지만 그가 폭로한 입찰 비리 등은 2014년 검찰 수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비리 의혹 제기 후인 2013년 2월 권익위 부패심사과는 국군복지단의 입찰 업체 선정 과정을 ‘부패 행위’라고 결정했지만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할 보호보상과는 석연찮은 이유로 저를 신분보호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실무자가 ‘당신은 신분보호 대상’이라고 말을 했는데도 말이죠.” 권익위가 신분보호 대상으로 결정하면 국방부가 내부 고발을 이유로 처벌이나 보복을 하지 못한다.
그는 권익위와 행정심판을 진행 중이다. 2016년 4월 권익위에 국군복지단 마트 납품비리, 육군훈련소 증식빵 비리 공익 제보로 2014~15년 국방부와 거래하던 업체 8곳의 계약이 해지됐고 이로 인해 총 41억원의 비용을 절감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상금 4억8,400만원을 신청했다. 권익위는 2016년 결정을 미루다가 3년째인 2018년 11월 보상금 대신 포상금 2,200만원을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그는 지난해 2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권익위는 지난해 5월 답변서를 보내 왔다. 주요 내용은 △부패신고에 해당되고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나 증대에 기여했고 △부패신고와 공공기관의 수입 회복 간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미지급이었다. 지급 충족 조건에서 ‘계약 변경 등’으로 직접적인 공공기관의 비용절감이 있어야 하는데 권익위는 ‘계약해지’가 ‘계약변경 등’과 완전히 다른 성질의 계약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들었다. 그는 “행정심판 처리 기한이 90일인데, 답변서 도착 후 7월에 결정일이 늦어지고 있다는 회신만 온 후 6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권익위가 자신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행정심판이 종료되는 대로 행정소송을 청구할 작정이다. “돈, 명예 그런 거 별 관심 없습니다. 단지 강직한 군인으로 살아 오면서 해야 할 바를 다했다는 군인임을 인정받고 싶고, 나아가 저처럼 내부 고발자들이 보상은 못 받아도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행정사 일을 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내부 고발 이후 모진 일을 겪다 보니까 사회적 약자가 겪는 어려움을 몸소 이해하게 됐다”며 “앞으로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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