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초대 이벤트 했다 “일제강점기 미화” 비판 일자 조기 종료
CJ올리브네트웍스 “전시는 친일 관련 없어” 해명
CJ가 자사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전시회 초대 이벤트를 실시했다가 일제강점기 미화 논란에 휩싸이자 이벤트를 하루 만에 전격 취소했다. 그러나 CJ 측이 기획한 전시회가 아닌데다 일제강점기 미화가 아니라는 반론도 많아 괜히 된서리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30일부터 CJ ONE 회원에게 ‘강남 모던-걸’ 전시 무료입장 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초대 이벤트를 시작했다.
‘강남 모던-걸’은 지난달 20일 개막해 4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로, 1930년대 신식 여성을 의미하는 ‘모던걸’의 의복과 소품을 직접 착용해보고 그들의 생활상을 돌아볼 수 있다. 또, 당대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의 작품도 전시돼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기획한 행사는 아니지만, CJ ONE 회원들에게 전시 무료입장 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초대 이벤트를 두고 논란이 확산됐다. 일부는 1930년대가 일제강점기인 만큼, 모던걸이라는 소재가 친일 혹은 일제강점기 미화라는 주장을 내세웠고, 일부는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주최한 전시회로 오해하고 전시 기획 자체를 비난하기도 했다.
초대 이벤트 사이트에는 “이 시국에 정신 나간 이벤트다”(n5****), “예술이라도 친일행적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km****),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는 행사를 당당하게 기획한 자의 실체를 알고 싶다. 당장 그만두시라”(pa****), “저 시대를 저렇게 미화하다니”(so****) 등 회원들의 비판 댓글이 여러 건 달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미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많다. “모던걸이 일제 문화라고 판단하는 건 새로운 문화 흐름의 가치를 모두 무시하는 거다”(장****), “전시는 일제강점기를 아름답게 추억하자는 게 아니라 1900년대 초의 전반적인 문화를 살펴보자는 거 아니냐”(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독립운동 외에 당시의 생활사, 문화사는 언급만 해도 문제냐”(용****) 등이다.
실제로 전시에 다녀온 사람들의 관람평에는 일제강점기나 친일에 대한 언급 대신 “전시회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너무 좋았다. 사진 찍으러 가도 좋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ha****), “뉴트로 트렌드에 딱 맞는 전시회였다”(m0****), “당시 신여성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다”(ks****) 등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데다 통신사 등 여러 기업에서 할인 이벤트를 하거나 후원하는 만큼 이들만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전시기획 자체는 CJ와 상관도 없고 할인 이벤트만 하는 건데 욕은 CJ가 다 먹는다. 정작 전시 평점은 좋다”(천****), “모던걸이 욕먹을 만한 지도 모르겠고, 전시회 티켓 할인이벤트 하는 건데 CJ를 욕할 게 아니다”(딸****) 등 CJ를 옹호하기도 했다.
실제로 모던걸은 친일을 상징한다기보다 일제강점기 시절 있었던 문화적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책연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서도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서울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상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당시에는 서양식 의복을 입고 전통적이지 않은 머리 스타일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됐다”고 정의하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ONE 회원 중 다수가 20~30대 여성인 점을 감안해 이벤트 대상 전시로 ‘강남 모던-걸’을 선택했을 뿐, 일제강점기 미화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원들의 비판을 감안해 다음달 16일까지였던 초대 이벤트를 시작 하루 만인 31일 취소했다. 현재는 ‘강남 모던-걸’ 초대 이벤트 배너와 사이트가 모두 삭제된 상태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전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친일이나 일제 잔재와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보니 고객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이벤트를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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