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설 연휴 영화관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영화관은 곧바로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인근 지역과 인터넷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최근 국내서도 우한 폐렴 2차 감염이 확인된 상황이라 2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우한 폐렴 다섯 번째 확진자 이모(32)씨가 다녀간 영화관은 서울 성북구의 CGV 성신여대점이다. 이모씨는 지난 25일 오후 4시 45분에 여자친구, 여자친구 어머니와 함께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봤다. 업무차 중국 우한시를 방문했다가 지난 24일 귀국한 그는 30일에야 우한 폐렴 양성 판정을 받아 서울의료원에 격리됐다.
해당 영화관은 이날 아침 부랴부랴 이번 주말까지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총 14층짜리인 이 건물은 영화관이 위치한 10~12층 외에도, 7층부터 14층까지 8개층이 전면 봉쇄된 상황이었다.
건물 관계자는 “확진자가 확인된 지난 28일부터 두 번에 걸쳐 건물관리업체와 구청 보건소에서 방역을 했다”며 “영화관 외 출입구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확진자가 이동했을 걸로 예상되는 모든 동선을 따라 소독했다”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다섯 번째 확진자 거주지가 있는 중랑구에서 대응본부를 꾸려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당 건물은 역 근처에 있는 데다 영화관을 끼고 있어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은데, 이씨의 동선이 세세히 공개되지 않아 혹시라도 이씨와 마주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서다. 이 상가에서 문을 연 상점들도 전부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 사는 안모(28)씨는 “확진자가 영화관까지 지하철을 타고 왔을 수 있지 않느냐”며 “(만일 그랬다면) 이씨와 지하철을 함께 타고 있었던 사람들도 전부 위험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영화관이 속한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건물 6층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A(29)씨는 “솔직히 출근해도 되는 건지 불안하다”며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손님들도 끊겼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한 직원 역시 “건물에서 방역을 하겠다고 공문을 보내왔다”면서도 “새벽에 이뤄지니 어딜 어떻게 했는지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성신여대 미술학부에 재학중인 김모(23)씨는 “당시 영화관에 어떤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황 아니냐”며 “정부가 그 사람들을 파악해 접촉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신여대 재학생 이모(23)씨는 “이씨가 영화 끝나고 바로 집에 갔는지도 모르겠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세세한 정보를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NS 등에선 이씨와 함께 영화관에 있었던 이들은 빨리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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