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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복지 혜택만 받고 일 안해” 인종장벽 쌓는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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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복지 혜택만 받고 일 안해” 인종장벽 쌓는 스웨덴

입력
2020.02.03 01:00
수정
2020.02.03 07:24
1면
0 0

[적대사회] 2부 <1> 스웨덴에 부는 이민자 적대 바람

경제난·일자리 부족에 국민 반감 확산

이민자 거주지 형성 “분리정책” 비판도

극우정당 약진… 난민 수용도 크게 줄어

편집자주: 극단적 분노로 얼룩진 베네수엘라, 칠레 등 남미 상황을 [적대사회] 신년기획 1부로 점검한 한국일보가 [적대사회] 2부 기획으로 유럽과 뉴질랜드 사례를 소개합니다. 2부에서는 극단적 대립에 불구, 이를 극복하려는 성숙한 대응 사례도 함께 모색합니다.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텐스타(Tensta) 지역. 이민자들의 모국을 표시하는 여러나라 국기가 벽면에 그려져 있다.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텐스타(Tensta) 지역. 이민자들의 모국을 표시하는 여러나라 국기가 벽면에 그려져 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북서쪽으로 40분정도 차를 달리면 스웨덴에서 보기드문 풍경이 나타난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중동계,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주민들로 코카서스계 백인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은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텐스타(Tensta) 지역이다. 텐스타와 인근한 허스비(Husby), 링케비(Rinkeby) 지역 주민 구성 비율도 이와 비슷하다. 스톡홀름 남서쪽 외곽지역 휘트야(Fittja) 역시 이민자 비율이 90%를 넘는다. 허스비와 링케비 지역에서는 6년전 이민자에 대한 경찰의 부당한 대우에 반발하는 대규모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이나타운이나 코리아타운처럼 한 국가나 한 민족계 주민이 모여 사는 경우는 세계 여러 곳에 있지만, 이민자들만 한 곳에 모인 경우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들은 스웨덴 정부가 암암리에 ‘이민자 주거 분리 정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텐스타(Tensta) 지역에서 중동계 이주민이 자전거를 세우고 있다.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텐스타(Tensta) 지역에서 중동계 이주민이 자전거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 외곽에 이민자들만 모여 사는 마을은 오랜 시간을 거쳐 비교적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스웨덴 정부는 1970년대 스톡홀름 시내 주택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시 외곽에 거주지를 새로 만들고 노동자들을 대거 이주 시켰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자 백인 노동자들은 이 지역을 떠나기 시작했고 빈자리는 스톡홀름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민자들로 채워졌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 집값 하락으로 연결됐고,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현지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지인들이 대거 떠나면서 이민자들만 모여 살게 된 지역은 교육, 치안 등 주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민자들만 모여 사는 마을이 여럿 생기다 보니 현지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편이다. 스웨덴 시민들은 이민자들이 쓰는 스웨덴어 억양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이들이 사용하는 말을 ‘링케비 스웨덴어(Rinkebysvenska)’라고 비하 하기도 한다.

스톡홀름 시민 스벤 벵트손(Sven Bengtsson)은 “시내에서 가끔 보이는 걸인들은 이 지역 출신이 대다수”라며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스톡홀름 거주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휘트야(Fittja) 지역. 노숙자가 걸어가는 주민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다.
주민 90%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스톡홀름 외곽 휘트야(Fittja) 지역. 노숙자가 걸어가는 주민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다.

이민자들이 복지 혜택 등 당근만 받아먹고 사회와 융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것도 스웨덴 시민들이 제기하는 불만 중 하나다. 여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스웨덴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고, 청소나 공사장 인부 등 부가가치가 낮더라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데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스웨덴민주당 정책보좌관인 안드레아스 팔므러브는 “기본 복지 혜택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이민자들끼리 모여 살다 보니 스웨덴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회 통합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스웨덴 사회의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도좌파 집권연정과 중도우파 야권연맹이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스웨덴 이민자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스웨덴민주당(SD)이 대약진을 했다. 군소정당이던 SD는 지난해 총선으로 3당 지위를 확보했다.

현지 언론은 SD를 신 나치(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정당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언론들도 지난해 스웨덴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서유럽과 동유럽을 휩쓴 ‘반(反)난민 기류’가 이민자들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북유럽에까지 침투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시리아 분쟁으로 발생한 수백만 명의 전쟁 난민을 포용하는 등 원래 난민 등 이민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난민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2016년 6월 난민 유입을 줄이는 외국인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유럽연합(EU)의 난민 쿼터제를 통하지 않고 입국할 경우 국내 거주를 3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 시행으로 스웨덴의 난민 수용인원은 2015년 16만 3,000명에서 지난해 2만 2,000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민자에 대한 스웨덴의 시각이 바뀐 것은 최근 악화된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스웨덴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최저점을 지나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으나 브렉시트 변수와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2010년 5.7%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2%와 2.5%로 쪼그라 들었다. 특히 2019년에는 여전한 글로벌 통산환경 악화에다 부동산 가격 하락, 가계부채 증가 등의 문제로 성장률은 2%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편적 복지 시행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정도를 지출하는 스웨덴으로서는 복지 혜택을 받으면서도 사회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다. 스톡홀름 시민 에릭 다빗손(Erik Davidsson)은 “스웨덴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이민자는 언제든 환영”이라며 “하지만 기여 없이 복지 혜택만 바라고 있는 이민자들은 우리가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톡홀름(스웨덴)= 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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