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보다 무려 15시간 늦어진 출발이었다. 하지만 귀국을 애타게 기다렸던 만큼 교민들은 자신들이 탑승한 비행기가 마침내 공항 활주로를 떠나 이륙하자 한숨을 쉬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봉쇄된 중국 우한에서 한국 교민 368명을 태운 정부의 1차 전세기 KE 9883편(보잉 747기)이 31일 오전 6시3분(현지시간 오전 5시3분)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을 떠나 출발 2시간 만인 오전 8시쯤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우한 교민들이 귀국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들은 전날 오후 3시(현지시간) 우한에서 철수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당국의 허가 지연으로 출발이 15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다시 출발 시간이 확정됐지만, 정부 관계자와 탑승객에 의하면 검역과 출국 절차를 마치느라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가량 출발이 또 지연됐다.
중국 당국의 검역 과정과 출국 절차를 마치면, 꼼꼼한 한국 측의 검역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쳐야 했다. 검역 과정에서 교민 1명은 발열 증상이 확인돼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에 탑승객들은 다소 지쳤지만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피곤한 탓에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잠을 청하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승객은 온라인 메신저 등을 통해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승무원과 탑승객의 접촉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안내 방송도 없고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는 등 서비스를 최소화해 기내는 비행시간 내내 고요했다. 이미 사전에 공지가 된 만큼 크게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승객 탑승 전 미리 입국 서류와 생수를 자리에 비치해 승객 편의를 위해 최대한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 내내 착용해야 하는 방역용 마스크 때문에 답답해하는 어린이 승객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중에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서울 가면 당장 마스크를 벗어야겠다”고 농담을 하는 어린이도 있었다고 한 동승자가 전했다.
정부는 당초 전세기 2대에 나눠 태우려 했던 인원을 전세기 1대로 한꺼번에 수송했다. 탑승객 간 접촉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간격을 두고 앉히려 했지만, 방역용인 N95(미세먼지 95% 방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붙어 앉으면 1대에 모두 탑승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검역에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교민은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나눠 수용될 예정이다. 다만 의심 증상이 나올 경우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즉시 이송된다.
정부는 나머지 탑승 신청자를 태우기 위한 2차 전세기 운항을 위해 중국 당국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에 남아있는 전세기 신청 교민은 약 350여명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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