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문 음악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계 학생들의 수업 참석을 전면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방문했는지 여부 등을 보지 않고 동양계 학생이면 모두 감염 위험군으로 몰아가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29일(현지시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이 최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를 언급하며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 학생은 수업 참석을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음악원 측은 “다음달 5일 오후 2시 이후 의사가 학생들을 방문해 증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경우만 참석을 허용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에게 해당 일정을 주지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약 일주일간 결석은 병결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로베르토 줄리아니 원장의 사인이 담긴 이 메일은 160여명의 교수 전원에게 보내졌다.
하지만 교수들 사이에서 이 같은 학교 측의 대응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모든 동양 학생을 잠재적인 바이러스 보유자들로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한 교수는 “학교 측이 수업에 참석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공포를 확산하고 해당 학생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정신 나간 대응”이라고 학교 측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인 학생이 수업 참석을 원한다며 눈물을 보였다는 또 다른 교수의 설명도 있었다.
현재 음악원을 다니는 대다수 동양계 학생들은 오랫동안 줄곧 로마나 그 인근 지역에서 거주해온 이들로 출신국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이민 2세이기도 하다. 42개국 총 1,335명의 학생 중 아시아계는 81명으로 알려졌다. 1566년에 개교한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음악 교육기관 중 하나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해 많은 유명 한국인 음악가들이 수학한 곳이다.
논란에 대해 줄리아니 원장은 중국 대사관과 협의 아래 예방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면서 “(나에게는) 보호해야 할 교사와 학생들이 있다”고 해명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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