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는 신중히 생각하겠다”
30일 여의도에서 이해찬 대표와 회동
이 대표 “강원서 직접 뛰어달라” 출마와 공동 선대위원장 제안
이광재 전 지사 “백의종군 방식으로 영향 보태겠다” 출마는 고심
지난해 말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30일 이 전 지사와 회동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제안하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다만 이 전 지사는 강원 지역 출마 요청에 대해서는 최종 확답을 미룬 채 여지를 남겼다.
이 대표와 이 전 지사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강원 지역 민심과 당의 선거 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꾸준히 제기된 ‘이광재 역할론’에 이 대표가 직접 못을 박고 나선 것이다.
이 전 지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큰 족적을 남긴 대한민국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 국면에서,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있으면 하겠다”고 선대위원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총선 출마에 대해서는 “과연 제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을 할 능력이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두 번의 특검 수사와 무혐의를 받으며 힘든 과정을 거친 만큼, 시련을 넘어설 소명과 확고함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강원 원주나 평창, 강릉 출마를 이 전 지사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세 번 쓰러지고 세 번 일어나는 덩샤오핑(鄧小平) 전기를 보면서 고난이 인간 자리를 단단하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고 느꼈다”며 “매일 걷는 길도 다르게 살면 다른 길, 다른 삶이 된다는 믿음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민주당 내에선 이 전 지사 활용법을 놓고 수도권 차출론과 강원 선거 지휘론 등이 두루 거론됐지만, 결국 강원 출마 권유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선거 때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강원 선거를 이끌 중량급 인사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의 텃밭인 강원에서, 민주당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9석 중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8석 중 단 1석(원주을·송기헌 의원)을 얻는데 그쳤을 정도다. 강원 평창 출신에 강원지사까지 지낸 이 전 지사의 존재감이 절실한 이유다. 당 내부에서는 “향후 여권 내 구심이 될 수 있는 이 전 지사를 당선이 보다 유력한 지역에서 뛰게 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 전 지사가 다시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면,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전 지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로 전면에 내세울 대표 선수들의 면면도 확정이 되는 모양새다. 강원을 책임질 이 전 지사를 비롯해 대구·경북 김부겸 의원, 경남 김두관 의원 등이 일단 확정됐다. 차기 대선주자 급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향후 행보도, 결국 총선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를 감안해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미루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당초 31일 출범을 검토했으나, 코로나 수습에 집중한 뒤 선대위를 본격 출범하는 방안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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