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답변에 주민들 격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 수용 예정지인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을 30일 방문했지만 주민들의 원성만 사고 떠났다. 정부가 교민 도착 전날까지 아산과 진천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격리수용을 강행하는 모양새가 됐다.
진 장관은 이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이어 오후 5시 50분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우한에서 입국하는 교민 722명 중 173명은 이곳에서 머물 예정이다.
진 장관은 인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민들을 만나 “천안에서 아산ㆍ진천으로 수용시설을 바꾼 것이 아니라 처음 선정했을 때부터 아산ㆍ진천이 후보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ㆍ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 운영시설 중 ‘1인 1실’ 수용이 가능한 200실 이상인 시설이 몇 곳 없다 보니 아산ㆍ진천이 선정됐다.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진 장관에게 “수용 이후 주민들을 위한 별도의 의료ㆍ방역 대책이 있나” “교민들끼리 복도에서 접촉이 가능할 텐데 1인 1실이 아닌 2인 1실이면 되지 않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계속된 질문 세례에도 진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주민들에게 전염되지 않게 방역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한 주민이 “인재개발원에 공급되는 도시락은 외부에서 수시로 조달하는 것이냐”고 묻자 진 장관은 “도시락은 안에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밖에서 들여온다”고 답했다.
이에 주민들이 “그럼 인재개발원에서 밖으로 오가는 인력이 있다는 것인데 완전한 차단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발하자 진 장관은 “상식적인 선에서 답한 것인데 사실 잘 모르겠다. 확인해보고 얘기해드리겠다”고 정정했다.
주민간담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시작됐지만 약 1시간 10분간 질의가 오간 끝에 주민들이 격분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간담회 말미 일부 주민들이 난입하자 진 장관은 마무리 발언이나 인사 없이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이 과정에서 진 장관의 퇴장을 막는 등 거세게 항의한 주민들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천=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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