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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던지고 유리 깨고… 아산ㆍ진천 주민 “우한 교민 수용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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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던지고 유리 깨고… 아산ㆍ진천 주민 “우한 교민 수용 못해”

입력
2020.01.31 04:40
수정
2020.01.31 07: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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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 장관 “귀국인원 늘어 두 곳으로 최종 결정됐다” 호소에도 항의ㆍ성토 

30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 마을에서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 마을에서 경찰과 주민이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임시 보호시설로 결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계란을 맞으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곳은 우한 폐렴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돌아오는 교민들이 2주간 격리되는 2곳중 하나다. 진 장관은 “우한 국민이 너무나 힘들어 하고 있다”며 “조기결정된 게 아니고 마지막 의사결정 날 (귀국인원) 694명을 통보 받았는데 1인1실이 필요했고 최종 두 시설로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수용했지만 주민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진 장관이 도착하기 전부터 도로를 막아서며 경찰과 충돌했다. 진 장관이 오후 3시35분쯤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과 마을 회관 앞에 모습을 보이자 주민들은 달걀과 과자 등을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계란 세례에 경찰은 대형 우산을 펼쳐 진 장관을 방어했다. 주민들은 ‘중국동포 아산시 수용 결정 결사 반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진 장관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진 장관 일행은 경찰의 호우를 받으며 주민들이 농성중인 곳으로 갔지만 가까이 접근하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이 던진 계란이 진 장관의 외투와 양 지사의 손에 맞았다.

진 장관은 “국가가 가진 연수원을 검토한 결과 경찰인재개발원을 결정하게 됐다”며 “주민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다. 양 지사도 “천안에서 아산으로 변경된 게 아니고, 종합평가 결과 높은 점수를 받아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은 진 장관 일행이 항의를 피해 찾아간 마을회관 출입구 유리를 파손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주민 100여명은 경찰인재개발원 도로변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주변에 9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인근 주민들도 이날 오전 잠시 해산했다가 100여명이 다시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전날 동원했던 트랙터 등 중장비는 사라졌지만 주민들은 “우한 교민 청와대로 데려가라” “천안시민은 무섭고 진천군민은 우습냐” 등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성토했다. 진천 광혜원면에서 온 주민 이모(66)씨는 “이곳 바로 앞에 어린이집, 학교 수십곳이 있는데 격리수용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아 나왔다”며 “진천군수도 모를 정도로 정부가 일방 통보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진천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혁신도시 1만2,000가구 모두 방역 소독하고 마스크도 제공할 수 있냐”고 묻자 진 장관은 “진천군과 상의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앞서 전날 밤 현장을 찾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물병과 물컵을 던졌다. 김 차관은 물 세례를 받고 옷이 찢어지기도 했다.

이 곳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경대수(충북 증평ㆍ진천ㆍ음성) 의원과 주민들은 정부가 인구 밀집 지역을 벗어나 외부와 단절된 점을 수용 시설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성토했다.

인재개발원은 주택가와 500여m, 8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와 1~2㎞거리에 있다. 경 의원에 따르면 인재개발원 반경 1㎞ 이내에는 어린이집 28곳, 초ㆍ중ㆍ고 12곳이 있고, 학생 수만 6,500여명에 달한다.

주민들이 격앙된 것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히 당초 천안 국가시설로 우한 교민 수용시설을 검토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진천과 아산으로 변경한 과정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이명수(아산갑) 의원은 “천안으로 결정했다가 반발이 심해지니 장소를 바꿔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역의원 3명이 여당인 천안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처음 귀국 희망자를 조사했을 때 30~40명 수준이었는데 700명까지 불었다”며 “천안이 유력한 후보지였던 건 맞지만 여러 후보지를 놓고 평가하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 알려졌다”고 말했다. 결국 천안의 두 곳이 유력 후보지로 검토됐지만 우한 교민과 유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막판에 제외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수용 규모와 국가격리병상을 갖춘 의료시설이 얼마나 가까운지, 얼마나 외진 곳에 있는지 등 여러 항목을 놓고 따져 최종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은 384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은 289실로 총 673실이다. 향후 720여명에 의료진과 경찰 등 정부지원단(150여명)까지 묵어야 하는데 두 시설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한 교민 귀국이 임박하면서 아산과 진천 지역에선 방역이 강화되는 등 준비작업이 진행됐다. 곳곳에 차량과 개인용 소독시설이 설치됐다. 아산 주변 마을에는 방역 차량이 투입되고, 역과 터미널 등에 손 소독제가 비치됐다. 진천군은 인접한 음성군과 공동대책본부를 꾸렸다.

아산=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진천=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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