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얼굴은 내 얼굴이 분명합니다. 대한민국 어디다 내놔도 나 아는 사람은 다 찾아낼 겁니다”
지만원(77)씨 변호인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정문 근처에서 찍은 사진을 내밀며 “당시 증인은 38세 정도 됐다고 했는데 (사진 속 인물은) 그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인다”고 하자 백발의 증인 지용(78)씨가 벌떡 뛰듯 소리쳤다.
30일 서울중앙지법 525호 소법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의 심리로 지만원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사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이 열렸다. 당초 지난달 26일 결심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날 증인으로 나선 지용씨와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인물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61)씨의 고소 건까지 병합되며 이날로 연기됐다.
지만원씨는 5ㆍ18 당시 북한 특수군인 일명 ‘광수’들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폭동을 일으킨 대가로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했다고 주장해 재판에 넘겨졌다. 증인 지용씨는 이날 재판에서 소위 ‘73광수’로 지목된 사람은 자신이라고 증언했다. 지만원씨 측이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73광수와 증인은 다른 사람이라며 거듭 주장하자, 증인 지용씨는 “휴대폰에 73광수와 비슷하게 생긴 사진을 가져왔다. 73광수처럼 구레나룻도 나온 사진”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증인 지용씨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는데, 계엄군이 전일빌딩에 헬기 사격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만원씨가 처벌받기를 원하냐는 검사의 마지막 질문에, 지용씨는 “본인 사진을 두고 73광수라고 한 것을 정정하기만 한다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지만원씨는 “73광수는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오극렬이 틀림없다”며 정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사복씨의 아들 김씨는 “부친은 독일 사진기사 힌츠페터씨와 잘못된 정권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인권주의적인 면으로 소신을 세우신 것”이라며 “더 이상 부친을 나쁘게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만원씨의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지만원씨는 ‘힌츠페터는 5ㆍ18 음모에 가담한 간첩’, ‘김사복은 빨갱이로 알려졌고 더러는 그를 간첩이라고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만원씨 측은 최후 변론에서 “무기에 의해 광주 시민들이 죽고 폭력을 여러 차례 당한 것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한 것은 5ㆍ18에 대한 폄훼가 아닌 광주의 불명예를 벗기는 것”이라며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사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5ㆍ18 참가자와 그 가족 전체를 비하했고, 범행의 지속성을 볼 때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며 지만원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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