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민주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
4ㆍ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이 연일 화제다. 일단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해 12월 26일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를 시작으로 매주 2, 3회씩 다양한 삶의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또 확 젊어진 게 눈에 띈다. 지금까지 발표된 15명 가운데 2030세대가 7명인데, 40대(4명)까지 합하면 전체의 70% 이상이 40대 이하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영입 2호’인 20대 청년 원종건씨가 미투(Me too) 사건으로 낙마해 감동 스토리 위주 영입이 낳은 참사라는 오점을 남겼고, 사법농단을 알린 전직 판사들이 포함돼 공익 제보의 순수성을 훼손했다는 뒷말도 낳았다.
인재 영입을 담당하는 공식 기구는 이해찬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인재영입위원회다. 하지만 위촉된 위원이 없고, 실무 조직은 베일에 가려 있다.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을 거치면서 인재 영입 경험을 쌓은 친문 핵심 4선의 최재성 전략기획자문위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이번에도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연휴가 끝난 직후인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최 위원장을 만나 민주당 인재 영입 경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인재 영입의 기준이 궁금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대표성과 전문성이 영입 기준이었다. 예를 들어 김근태ㆍ임채정은 재야 민주화 운동, 임종석 같은 학생운동 지도자들은 386세대, MBC 앵커 출신 정동영은 전문직으로서 대표성이 있었다. 그러다 19대 총선 문재인 대표 시절 영입 기준이 ‘공감’이라는 콘셉트로 바뀌었다. 가령 박주민은 민변 대표가 아니었고, 여성으로 삼성 임원이 됐던 양향자도 여성경영자협회 회장 출신은 아니었지만 발탁됐다. 4차 산업혁명 같은 수평적 시대에선 대표성보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대 총선에선 이 같은 공감에 더해 세대 이동이 가장 큰 키워드다.”
-세대 이동에 주안점을 둔 이유는.
“불과 4년이 지났지만 국민과 정치의 간극은 더 커졌다. 기존 정치로는 감당이 안 되는 문명의 진화가 일어났다. 수평적이고 융복합적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세대를 이월시키고 훌쩍 건너뛰지 않으면 정치가 국민에게 다가가기 어렵게 됐다. ‘문명적 이동에 따른 세대 이동’이 주 콘셉트다. 특히 융복합적인 삶을 살아 온 청년 인재 발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영입 인사의 절반 가량을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가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융복합적인 삶’을 풀어서 설명해달라.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한 전공을 살려 취직을 하거나 창업을 해 끝까지 갔다. 4차 산업 문명은 융복합 과정을 통해 기존 질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지금 부문 간 장벽은 거의 없어졌다. 청년 세대 중에는 전공은 법학이었지만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다가 창업을 하거나, 연구원이었다가 변호사로 변신했다 다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공감’으로 가면 대표성과 전문성 부족 논란을 불러올 수 있지 않나.
“지금은 대표성과 전문성의 퇴조 시대다.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없어지고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축구 해설을 축구 선수 출신이 아닌 분들이 하지 않나. 정치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지역에 가서 여의도 얘기를 하면 관심 있게 들어줬다. 일종의 신비감 같은 거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인의 카톡방이나 밴드에서 얘기되는 게 여의도보다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다. 집합지성과 집합정보 시대에는 한 개인이 대표성이나 전문성이 있다고 우길 수 없다.”
-세대 이동을 하려면 현역 의원도 대폭 물갈이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은 이미 경쟁의 불공정성을 시스템적으로 해소했다.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에 속한 의원은 공천 심사 점수에서 20% 감산하고, 청년ㆍ여성 등은 최대 25%, 신인은 최대 20% 가산하는 제도다. 이번에 영입된 분들뿐만 아니라 당내에 있던 기존 청년들도 많이 도전할 것이다.”
-인재 영입 작업은 언제 시작했나.
“지난해 2월 시작해 6월까지 토론해 ‘대표성과 전문성의 퇴조 시대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아 온 젊은 세대’라는 콘셉트를 잡았고,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입 후보 찾기에 들어갔다.”
-인재 후보는 어떻게 찾고 있나.
“크게 두 가지다. 콘셉트에 맞는 인재를 개별적으로 찾아나서는 방식과 후보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비율로 치면 8대 2 정도다. 추천은 의원이나 당 안팎에 관계된 분들이 평소 자신이 눈 여겨 둔 사람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발굴이다. 직접 탐문하는 방식도 있고 각 분야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가령 AI 법률서비스 스타트업을 세운 홍정민 변호사의 경우 비슷한 유형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의뢰를 해서 찾아냈다.”
-자유한국당도 비슷한 콘셉트로 인재 영입을 하고 있다.
“4년 전 영입 방식이 후일담으로 흘러나오자 조금씩 따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당은 텔레마케팅 하듯이 인재 영입을 한다. 자기 당과 맞는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연구하지 않고 막 전화를 돌리다 걸리면 만나는 식이다. 우리가 영입한 분들 중에 6명 정도는 한국당에서도 문을 두드렸다. 소위 검색 영입을 시도하는 데, 저희는 다르다.”
-영입 인재 풀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20대 총선 때는 2,000명 정도, 19대 대선 때는 1만명 조금 넘었다. 이번에는 기존 것까지 합치면 2만명 가까이 된다. 그런데 세상의 변화 속도를 느끼는 게 4년 전 풀을 보면 지금 콘셉트와 안 맞는 분들이 대다수다.”
-앞으로 몇 명 남았나.
“8명 정도다. 2주 정도면 모두 발표할 수 있다.”
-인재 발굴은 누가 하나.
“이해찬 대표가 영입위원장이고 실무진 중심으로 별도 팀을 운영한다. 어떤 분을 영입하자고 압축하는 작업은 실무진 의견을 거의 존중한다.”
-밖에선 양정철 원장과 최재성 의원이 영입 실무를 도맡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 않다. 물론 콘셉트에 맞으면 추천도 하지만, 전체 풀을 만들어 후보를 압축하고 추천을 제안하는 건 실무진이다. 정치인이 하면 개인의 감각, 경험, 견해가 과도하게 투영돼 콘셉트를 흐리게 할 수 있다. 콘셉트의 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도 후보를 직접 만나 설득하지 않나.
“그건 한다.”
-매주 화, 목요일 정기적으로 한 사람씩 영입 인재 발표를 한다.
“옛날에는 몇 명씩 줄을 세워놓고, 1차 영입, 2차 영입 이런 식으로 했다. 문재인 대표 시절부터 한 명씩 했다. 영입한 인재가 국민과 만나는 방식도 1대 1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해서 형식을 바꿨다.”
-훈련되지 않은 초선 정치인이 기존 정치를 바꿀 수 있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결국 선거용 이벤트나 이미지 정치라는 시각이다.
“현역들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고전적 논리다. 그러면 아무도 초선이 될 수 없다. 물론 과거의 영입이 기존 정치에 편입되는 과정이었던 측면은 있다. 그걸 피하려면 신인 진출이 과거보다 양적으로 많아야 한다.”
-선거 때만 급하게 ‘외부 수혈’ 하지 말고 청년 정치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의한다. 다만 민주당에는 이미 경쟁력 있게 도전하는 청년들이 꽤 있다. 민주당 공천제도가 기존 정치인과 균형 있는 경쟁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데이트 폭력 논란으로 원종건씨가 하차했다. ‘인생극장’ 영입이 부른 악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 산하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서 사실 확인절차를 밟기로 했다. 본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면밀하게 검증을 하지 못한 점은 성찰할 대목이다. 다만 이미 반열에 오른 사람이 아닌 일반인도 영입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계속되어야 한다. 검증을 더 체계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수진 전 부장판사와 이탄희 전 판사 영입과 관련해 삼권분립 훼손 논란은 물론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랑 엿 바꿔 먹었다는 혹평도 나왔다.
“그건 국회의원 하기 위해 학생운동 했다는 것보다 더 나간 논리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자리다. 그래서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삼권분립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입법부는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행정부, 사법부와는 구성 원리가 다르다. 두 가지 논리를 억지로 갖다 붙이니 자연스럽지 않다.”
-총선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역대로 총선의 마지막 변수는 총선을 치르는 정당의 모습이다. 2012년 총선은 이명박 정부 5년차에 치러져 도저히 질 수 없는 상황인데도 우리가 졌다. 우리가 선거를 치르는 모습이 너무 분열적이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우리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됐다. 우리 70석, 저쪽 180석 얘기했는데, 저쪽이 ‘진박 논쟁’ 같은 폭압적인 공천 방식으로 국민 마음을 잃어 120석으로 주저앉았다. 총선을 치르는 정당의 모습이 국민의 흐름과 눈에 어긋났다 싶으면 가차 없다. 그래서 시스템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기존 정치인과 신인ㆍ청년들의 경쟁에서 이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한국당은 현역 30%를 무조건 잘라 거기에 청년을 집어넣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의 인위적 공천과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이 거대하게 충돌해서 결국 국민이 판단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영화 논설위원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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