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등 기대감에도 “스마트폰 등 실적 어려워”
LG전자 “가전 경쟁 갈수록 치열해져”… 공격보다 수성에 초점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수요 정체, 중국 등과의 경쟁 심화 등 지난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대폭 잠식한 요인들이 확실히 호전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실적 하락세가 지속될 거라고 예고했고, LG전자 또한 사업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하락할 것”
삼성전자는 30일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 230조4,000억원, 영업이익 27조7,7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5.5% 줄어 3년 만에 최저치였고, 특히 영업이익(-52.8%)은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으론 주력 상품인 반도체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실제 사업부문별 매출을 보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중심의 DS부문의 매출(95조5,200억원)과 영업이익(14조200억원)이 각각 전년보다 19.4%, 66.5% 줄었다. 사업 부문 중 매출이 가장 큰 IM부문(휴대폰 중심)의 경우 매출(107조2,700억원)은 전년 대비 6% 신장됐지만 영업이익(9조2,700억원)은 9% 가까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5세대(5G) 통신 확대에 따른 스마트폰과 시스템 반도체의 매출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지난해 영업이익을 대폭 잠식한 주력 상품들의 실적 회복을 장담하기 힘들다.
회사 역시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대형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과 퀀텀닷(QD)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비용 탓에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D램의 핵심 수요처인 서버 시장이 최근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반등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심지어 올해 실적 반등 시나리오의 핵심 요건인 5G 스마트폰 확산에 대해서도 “확산 수준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아지더라도 당장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1분기는 메모리, 디스플레이, 가전 시장 비수기라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7조1,600억원)보다 감소할 거라고 예고한 것이다. 다음달 주력폰인 갤럭시 S와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로 주목 받고 있는 스마트폰 실적 역시 마케팅비 증가로 크게 개선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LG전자 “사업 불확실성 커졌다”
LG전자도 이날 매출 62조3,062억원, 영업이익 2조4,361억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확정 발표했다. 2017년 이래 3년 연속 60조원대 매출 성적을 이어갔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9% 감소하며 4년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LG전자가 최대주주(37.9%)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로 지분법 손실이 커지면서 순이익은 88% 급감했다.
사업부문별로는 생활가전 담당인 H&A부문 매출(21조5,155억원)이 20조원을 돌파하며 선전했고, TV가 주축인 HE부문도 전년에 이어 16조원대 매출(16조1,51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부문이 1조원대 영업 적자를 내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전자는 올해 실적에 대해 “글로벌 시장 수요 정체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프리미엄 및 수익 기반의 성장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력 업종인 가전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도 완성차 수요 부진으로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공격’보다 ‘수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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