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조율 없이 발표 中 불쾌감… 각국 탈출 행렬에 자존심도 구겨

중국 우한에서 30일 한국 교민을 수송할 전세기 운항이 늦춰진 것은 그만큼 중국 정부의 속내가 불편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조급증’이 겹쳐 중국의 ‘몽니’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양국 정부가 설명을 꺼리는 가운데, 외교가에서는 대략 3가지 원인을 꼽는다. 우선, 전세기 출발 전날인 29일까지도 세부사항에 대한 양측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 교민들이 언제, 어디에서 집결해 어떻게 공항까지 이동하고, 또 전세기는 어느 장소에 착륙할지 등을 놓고 중국이 완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전세기 투입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놓고 막판까지 꽤 오랫동안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전세기 운항은 우한을 떠나려는 한국 교민 수백 명과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중국 측 인원까지 합하면 상당한 규모가 동시에 움직이는 작업이다. 백주 대낮에 진행하기에는 보는 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한과 후베이성을 사실상 중국 본토와 격리해 고립시키는 상황에서 이율배반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다른 소식통은 “밤으로 전세기 이륙 시간을 바꾼 것은 가급적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날 온라인 공간에서는 “한국이 200만개의 마스크와 10만개의 방호복을 보내주는 것은 고맙지만 우한 교민이 700명이나 철수하는 건 좀 심하지 않느냐”는 중국 네티즌의 우려 섞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중국의 짓밟힌 자존심도 작용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 각국이 앞다퉈 전세기를 띄우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24개국이 우한 탈출 행렬에 동참하려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29일 가장 먼저 전세기로 자국민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의 합의를 무시하고 서둘러 국내에 공개하는 바람에 중국은 체면을 구겼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선례를 따라 전세기 투입을 결정하고 28일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면서 중국과의 기류가 껄끄러워졌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하니까 한국도 따라서 전세기를 보낸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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