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 “장기전 대비 격리병상 계획 짜 놔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국내에서도 2차 감염자가 확인됨에 따라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감염 확산세가 조만간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미 지역 사회 유행이 시작된 만큼 국내에서도 감시대상이 급증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 검역인력과 격리병상을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앞서 현지 언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은 다음달 7~10일 사이 정점을 기록한 뒤 대규모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 역시 같은 날 중국 중앙방송(CCTV)에 출연 “현재 추세라면 다음달 8일쯤이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이 보고한 감염자 수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중국 측 주장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반면 홍콩대학 연구팀은 우한 시내 실제 환자 수를 4만4,000명으로 추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속도나 인구이동 등의 변수를 투입한 모델링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닐 퍼거슨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가 ‘감염자 수 10만명’을 주장한 데 대해 “베이징 등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보건당국의 주장은 내부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이미 중국 우한시 외부에서 사람 대 사람 간 전파, 즉 지역사회 전파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현재 우리 보건당국의 격리기준(사례정의)으로는 잡아내지 못한 중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에서 감염된 사람이 국내에 입국하면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여도 격리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사례정의는 후베이성을 방문하고 14일 이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사람만 ‘의사환자’로 분류해 즉시 의료기관에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역별로 사례정의를 세분화할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확진환자가 100명을 넘어선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선 후베이성처럼 강화된 사례정의를 적용하자는 얘기다. 그는 “최소한 우한 폐렴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강화된 사례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확진환자가 수개월 동안 발생하는 장기전을 대비해 예비 역학조사 인력과 격리병실을 확보해 ‘서지 캐퍼서티(긴급 동원력)’를 높여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지역사회 유행이 중국에서 본격화하고 무증상 상태에서도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역학조사 대상이 폭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폐쇄회로(CC)TV 등을 이용해 환자 동선을 파악하는 등 역학조사는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서 “자가격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사람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 중 확진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 감당 가능한 최대 확진환자 수를 단계별로 설정하고 단계마다 어떻게 인력을 동원할지 서지 캐퍼서티 계획을 짜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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