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선 매년 5,000만마리의 수평아리들이 ‘학살’당한다. 산 채로 분쇄기에 넣어지거나 유독가스에 질식된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컷은 쓸모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가금류 산업’의 비극이자 현실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내년부터 이런 잔인한 도살이 금지된다. 물론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디디에 기욤 프랑스 농림부 장관은 “2021년 말부터 수평아리 도살 작업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프랑스앵포 등 현지매체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욤 장관은 “부화하기 전에 배아단계에서 성별을 파악하는 방법이 곧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끔찍한 일들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18년 한 해에만 세계 각국에서 70억마리의 수평아리가 도살당했다.
스위스ㆍ독일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가금류 도살 관행을 금지한 프랑스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동물권 보호 요구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동물권단체 ‘동물에 자비를’은 2009년부터 수평아리 분쇄 영상 등을 인터넷에 올리며 도살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특히 병아리 분쇄 작업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477만을 기록하며 세계인들의 분노를 끌어냈다.
하지만 수평아리 도살을 대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화 전 병아리 성별을 감별해 수컷일 경우 알을 깨버리는 게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 독일만 갖고 있는 이 기술을 2년 내에 보편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동물권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닭에 대한 도살은 여전히 허용하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브리짓 고디에르 프랑스 동물보호단체 ‘L214’ 공동창립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해법은 사육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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