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파기환송 재판서 무죄 취지 별개 의견
박상옥 대법관은 “행위 자체, 직권남용 아니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된 가운데, 일부 대법관들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위법성 등을 지적하며 무죄 취지의 별개의견을 제시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이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상고심에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건넨 지난 정권 청와대 문건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검의 직무상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침해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인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2017년 7월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 국가안보실 등에 있는 캐비닛에서 이명박ㆍ박근혜정부 시절 작성된 문건 수천 개를 ‘우연히’ 발견했다며 그 중 일부를 공개하고, 자료 사본을 특검에 제출했다. 일명 ‘캐비닛 문건’이라 불리는 해당 자료들 중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지원 방안 등 검찰 수사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관은 “수사권이 없는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이 의도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검사 또는 특검에 제출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절차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한 뒤 이를 수사절차 개입 행위라고 단정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를 허용하면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인사들이나 고위 공직자들을 처벌하는데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옥 대법관도 김 전 실장 등의 행위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박 대법관은 “국가정책에 따른 한정된 재원의 분배 과정에서 이뤄진 결정을 두고 사후적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됐다며 해당 정책의 시행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한다면,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은 언제든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공무원에 대한 직권남용 처벌을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전 실장은 재임 당시 박근혜정부 청와대 수석들에게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 1심에서 징역3년형을 받았다. 2심에서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문체부 고위인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가 추가돼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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